정치 경제

김무성의 세종시 절충안…‘가치 없다’고 자른 박근혜

녹색세상 2010. 2. 20. 11:42

“한마디로 가치가 없는 이야기다.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


박근혜 의원은 18일 한때 친박계의 좌장이었던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내놓은 세종시 절충안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김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지 8시간여 만이다. 세종시 원안 추진엔 어떤 타협도 없음을 확실히 하면서 좌장까지 정리해 버렸다. 앞서 김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타협하고 절충해 모두가 승리하는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수정안이 가진 ‘+알파’는 유지하면서 독립기관인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업무 성격이 독립적인 국가인권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기관을 내려 보내자”고 제안했다.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려고 본회의장 계단을 걸어 오르고 있다.(왼쪽)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세종시 절충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한겨레신문)

 

그는 “지금껏 타협 없는 주장을 해온 관성과 가속도로 인해 고민 한번 해보지 않고 바로 거부하지 말고 숙고해 달라”고 박 전 대표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숙고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세종시 법을 만든 근본 취지를 모르고 급한 나머지 임기응변으로 나온 이야기 같다. 법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절차를 밟아서 국회를 통과해 시행중인 법을 지키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관성으로 반대한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밝혔다.


박근혜 의원의 싸늘한 반응은 세종시 원안 추진이란 자신의 의지를 ‘관성적인 반대’로 치부한 김 의원에게 강한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 박근혜는 그 동안 세종시 논쟁 과정에서 자신의 뜻을 ‘임의’로 해석하는 것은 바로 반박해 왔다. 친박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 지난달 ‘5~6개 부처 이전’이란 절충안을 내놨을 때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바로 내쳤다. 이명박과 진검 승부를 앞두고 내부 단속을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비록 수첩공주이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정치 감각만은 탁월하다.


한 친박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할 때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며 “지역균형발전, 수도권 과밀 해소, 국민과의 약속 준수라는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관성’이라고 말한 것은 박 전 대표의 생각과 가장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거의 홀로 수정안에 맞서 싸워온 박 전 대표로선 세종시 문제가 고비를 넘는 중대 시점에서 나온 김 의원의 절충안은 정말 불쾌했을 것”이라고 했다. 좌장 구실을 했던 김 의원의 발언이 자칫 친박계의 뜻으로 오도돼 내부 균열이 생기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다분히 들어 있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친박에 좌장이 없다는 말은 김 의원의 말이 친박의 의견으로 여겨지거나 내부 혼선이 있다는 오해를 막으려고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부에선 지난해 5월 박 전 대표가 김 전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의지를 꺾은 뒤 계속돼온 두 사람의 냉랭한 사이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박 전 대표가 ‘읍참마속’을 해야 할 때라고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미디어법 통과 때 잃어버린 점수를 만회할 마지막 시기라 더욱 냉정할 가능성이 높다.


“영원한 적군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김무성의 본전 생각


박 전 대표의 한 참모는 “김 의원이 기자회견으로 친박 탈퇴를 선언한 것 같고, 박 전 대표도 굳이 잡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 쪽의 한 관계자도 “사실상 이제 김 의원이 박 전 대표 가까이로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저녁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뒤 “다시 한 번 모든 감정을 초월해 재고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불러도 대답 없는 허공의 메아리’로 수첩공주는 냉랭할 뿐이다.

 

 
19일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이 박근혜를 향해 격정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2004년 3월 박 전 대표가 “오래전부터 지켜봤어요.”라고 일면식이 없던 김 의원에게 사무총장을 맡기면서 시작됐던 6년 인연이 결별로 향하는 듯하다. 김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와의 결별설과 관련해 “그동안 박 전 대표와 나의 관계를 생각할 때, 한마디라도 하고 쫓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영원한 적군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선배들의 말도 있더라”고 말했다.


김무성은 “박 전 대표를 잘되게 하려는 생각이니까 내 발로 친박을 나갈 생각은 없다”며 직접 충돌은 피했다. 홍사덕도 말린 절충안을 통해 자신의 지분을 넓히려다 본전은 커녕 깨지고 만 꼴이다. 친박 진영은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의 결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친박 의원은 “김 의원의 행동은 세종시 원안 추진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라며 “스스로 친박과 결별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이탈자를 그냥두지 않는 눈물도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한겨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