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여야 ‘예술위 해결’ 질타…유인촌 문화계염사령관의 자업자득

녹색세상 2010. 2. 18. 13:30

“장관이 잘못된 판단과 절차에 따라 부당하게 해임시킨 김정헌 위원장에 대한 모든 권한과 위상, 권리를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전병헌 민주당 의원)


“잘못된 판단이나 있지도 않은 사실 때문에 해임시킨 것은 아니다. 충분한 사유가 있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10년 첫 업무보고를 위해 17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의에 진땀을 뺐다. 특히 지난해 국회 미디어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의원직을 내놓고 원외투쟁을 벌이다 지난 1월 국회로 복귀한 천정배ㆍ장세환ㆍ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유 장관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점령군 행세를 하는 문화계엄사령관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김정헌 위원장은 지난 2008년 12월 강제 해임됐다가 법원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지난 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복귀했다. 그러나 문광부가 법원 결정에 항고한 가운데 그의 후임으로 임명된 오광수 위원장과 함께 ‘동거 생활’ 중이다. 현재 문화예술위원회는 ‘업무 혼란’을 명분으로 김 위원장의 본래 권한 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무 장관인 유인촌은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서기는 커녕 법원의 판단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내팽개쳐 놓고 있다. 

 

돌아온 ‘천ㆍ장ㆍ최 3인방,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 맹렬 비판


포문은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먼저 열었다. 그는 우선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유 장관과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응답 내용을 제기했다. 당시 유 장관은 이 의원이 김 위원장의 해임사유에 대해 묻자 “연간 300억 원씩 기금 손실을 내면서도 거기에 대한 대책도 없었고 사유 중 ‘굉장히 무책임하다, 무능력하다, 부도덕하다”는 사유가 있었다”고 답했다.

 

▲ 민주당 최문순ㆍ천정배ㆍ장세환 의원이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김형오 의장에게 미디어법 재논의를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최 의원은 “판결문에 따르면 '해임 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하고 일부 사유가 사실이더라도 해임에 이를 정도로 직무와 책임을 게을리 한 것이 아니다'고 돼 있다”며 “사실 유무를 떠나 원로 예술인을 ‘무책임하다, 무능력하다’고 한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당시 감사원에 지적된 결과가 정당하다고 생각했다”며 “공식적인 문서론 남아있진 않지만 기금 손실과 관련된 대책 마련을 촉구할 때 김 위원장이 ‘다 쓰면 정부가 해주겠지’라고 했다. 이런 분이 기관장에 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공식 문서에 남아 있지 않은 말을 주무 장관이 인용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짓이다. 이에 최 의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최 의원은 “문제가 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손실은 김 위원장과 관계없이 복권기금에 소요되면서 생긴 것이고 기획재정부와 문광부에서 승인한 공문에 따라 펀드 투자를 하면서 생긴 것”이라며 “문광부가 파렴치하게 모든 책임을 김 위원장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 김 위원장이 바로 직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오광수 현 위원장은 상고심 판결까지 직무 집행을 정지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유 장관을 압박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문화예술위원들이 그 부분을 놓고 몇 차례 회의를 했고 오광수 현 위원장이 업무에 관련해 직무를 보도록 일원화를 했다”며 “오광수 현 위원장을 해임시킨다면 그분도 또 소송을 하지 않겠느냐”고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각자 입장이 있겠지만 국민에게 설득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유 장관이 이 사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며 유 장관의 지난 1일 발언을 꼬집었다. 당시 유 장관은 김 위원장의 출근에 대해 “잘 했더만, 재미있지 않겠나”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천 의원은 “그 발언대로 이번 사태는 이명박 정권의 유인촌 문화부가 정말 지나친 탐욕과 폭압으로 연출한 한 편의 코미디라는 생각”이라며 “장관이 잘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인 만큼 김 위원장의 권한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만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에 대해 우려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은 “장관이 한 번 김정헌 위원장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각자의 입장이 있겠지만 국민에게 장관이 설득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말씀은 잘 알겠지만 이미 오래 전 오랜 시간 얘기해 본 기억을 갖고 있다,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시간을 좀 갖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은 “한 기관에 두 위원장이 있다는 것은 무정부 상태”라며 “장관이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해임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난 10일 당정회의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재해임 문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한다. 법적으로 임기를 보장한 단체장들을 무리하게 몰아내고 낙하산 부대를 대거 투입시킨 이명박 정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