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이명박 대통령이 꺼낸 ‘강도론’을 다시 접은 이유는?

녹색세상 2010. 2. 12. 19:49

이명박 사과요구 하루 만에 화해 손짓…박근혜는 침묵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국면을 야기한 ‘강도론’ 논란을 진화하려 직접 나섰다. 이는 양측의 감정싸움이 극한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원치 않을 뿐 아니라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위해 설 민심 확보가 관건인 시점에 설 연휴를 코앞에 두고 친박계와 대립각을 부각시키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인 것으로 판단된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총대를 메고 나섰지만 본전은 커녕 손해만 봤다는 것을 안 것이다.

 


이 대통령은 12일 오전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와 가진 조찬 모임에서 최근의 '강도론' 논란을 염두에 두고 “당에서 이 문제에 대해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며 “잘못 이해하고 한 이야기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논란을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신년을 맞았으면 좋겠다”며 “구정이 됐는데 당내 문제를 신년까지 끌고 가는 것은 안 좋다”고 말했다. 또 “당내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들 보기에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바로 전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례적으로 박 전 대표 측에 ‘공식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선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이 문제가 확대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전 대표 측도 사과를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등 청와대의 입장 발표에 곧 바로 맞받아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될 우려가 충분한 분위기였다. 수그러질 줄 알았던 게 더 확산되자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난해 9월 회동 장면 (사진: 청와대)


여론 불리해지자 선택한 화해의 손짓 약발이 먹힐까?


그러나 가뜩이나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를 과제로 남겨둔 상황인데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당론으로 변경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이 같은 갈등이 지속될 경우 더욱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실정이다. 여당 내부의 분란부터 잠재우고 잘 마무리해야 할 상황인데 청와대가 앞서서 각을 세우고 나갈 경우 분위기가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특히 수정안 여론 확보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는 설 연휴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가중되는 부분이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해봉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오마이뉴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정안 통과를 위해서는 분위기를 격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에서 공식사과 추가요구 등 이번 사태를 악화시킬 만한 특별한 추가 대응을 하지 않는 한, 그동안 주로 반박하는 입장에 서 있어온 박 전 대표 측에서도 크게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때문인지 전날 오후 박 전 대표의 사과 요구 거부 후 이동관 홍보수석이 내놓은 반응에서는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 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수석은 “우리는 사리와 도리를 갖고 얘기한 것인데 감정적으로 대응하니 안타깝다”고 밝혀, 더 이상의 문제를 꺼내지 않은 채 청와대의 입장 표명 선에서 그쳤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이날 조찬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당부의 말과 함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개인들의 생각이 달라도 당에서 정해지면 따라가야 민주주의”라며 “마음이 안 맞아도 토론을 해서 결론이 나면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당이 중심이 돼서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며 “민주적인 방법으로 당론을 만들어야 한다. 세종시에 관해 활발하게 토론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부터 비롯된 이번 강도론 논란이 다시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마무리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앞으로 친박계와의 관계가 원만하게 회복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초반전은 말을 먼저 꺼낸 이명박 대통령이 서둘러 수습까지 할 정도로 깨졌다. 다음 싸움은 어떻게 벌어져 누가 이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