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이명박의 강도론에 대한 박근혜의 반박

녹색세상 2010. 2. 10. 12:53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최근 세종시 공방 속에 더욱 깊이 패인 감정의 골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지난 9일 이 대통령의 충청발언이 문제였다. 오나가나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이명박의 입이 늘 말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수정안 공식발표 후 첫 충청권 방문에서 최근 세종시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나라당내 친박계열과 야당을 겨냥한 듯 “모든 것을 그냥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 계산하고, 정치 공학적으로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 참석을 위해 본관으로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데일리안)

또 “우리는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끼리 싸울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소위 ‘강도론’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가장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친박계열과 야당이 세종시 수정안을 정치쟁점으로 몰아가면서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내가 하는 모든 게 옳다’는 이명박 특유의 고집을 드러낸 대목이다. 이런 강도론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10일 “집안에 같이 있는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대통령이 어제(9일) ‘강도가 들었는데 집안싸움하고 있으면 망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백 만 번 천만번 맞는 말”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세종시 문제로 인해 일어나는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그러나 한나라당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과정은 국민께서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제가) 국민께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고, 약속을 지키는 한나라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래서 정권교체를 했고, 이는 국민이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며 자신의 공적을 강조했다. 수첩공주의 정치 감각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이어 “그런데 당이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저는 솔직히 말하면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당연한 일반론’이라며 “그러나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일축해 이명박의 과대망상에 쇄기를 박았다. 세종시 문제로 불거진 한나라당의 권력 싸움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져 간다. 어느 한쪽이 지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