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로 불거진 박근혜와 정몽준의 싸움은?
향후 세종시 정국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불허다. 정몽준 대표가 작정을 하고 임시 국회 발언에서 ‘정치인은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며 박근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라’는 말이다. 이에 대한 질문을 기자들이 하자 박근혜 의원은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일’이라며 일축해 버렸다. 정몽준은 고뇌에 찬 결단을 하고 힘을 다해 일격을 날렸으나 박근혜는 ‘어이없다’며 일축해 버렸다. 차기 대권을 야무지게 꿈꾸는 정몽준이 제 주먹에 되 맞은 꼴이 되고 말았다.
정치권의 이목은 무엇보다 한나라당 친이계가 실질적 ‘분기점’으로 잡고 있는 설 연휴 이후의 세종시 정국 기상도에 쏠려 있다.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설 전후 여론의 흐름에 따라 세종시 수정안의 명운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권 주류 측의 바람대로 찬성 여론이 높아지면 수정안이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여론에 큰 변화가 없거나 조금이라도 나빠질 경우 일정부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민간여론 조사를 보면 원안에 대한 찬성이 높게 나왔다. 돈으로 도배를 해도 약발이 없다는 증거다.
여야는 물론 여권 내 친 이명박, 친 박근혜계가 설을 앞두고 여론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류인 친이계는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국회 대정부질문을 계기로 본격적인 강공 일변도로 전환했고, 수정안 당론 채택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설명하고 당론을 채택해 전열을 정비하고 나면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여론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정몽준 대표에 이어 정운찬 국무총리와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당내 갈등악화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일제히 ‘박근혜 때리기’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리 호락할 박근혜가 아님을 알면서도 패는 것은 ‘한판 붙자’는 것이다.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친이계는 박근혜 의원과 친박 설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여론을 지렛대 삼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차기 주자인 박근혜, 정몽준, 정운찬 세 사람 간의 권력 싸움도 잠복해 있음은 물론이다.
이미 깨진 상처뿐인 정운찬ㆍ정몽준의 협공의 약발은?
이번 싸움의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구도 상 같은 배를 탄 정운찬ㆍ정몽준 두 정씨가 박 전 대표를 협공하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둘 다 정치 초년생이라 쉽지 않은 싸움임에 분명하다. 정몽준이 국회의원을 여러 번 했으나 당내 지지기반이 없어 적극 지지할 세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운찬은 정치초년생이라 비빌 언덕조차 없다. 결정적인 상황에 몰렸을 때 정몽준을 밀어 줄 사람이 한나라당 안에는 없다는 게 결정적인 취약점이다.
이런 여권 주류의 공세에 비례해 야당과 친박의 반발 강도는 더욱 거세지면서 정국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달 중 정운찬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이고, 친박 일각에서는 이에 적극적인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의석분포 상 양측이 공조하면 정 총리 해임건의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정 총리 해임건의안의 현실화 여부를 떠나 친박의 동조 분위기 그 자체만으로 정국이 요동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는 ‘분당, 탈당’ 등의 용어가 심심찮게 오르내리면서 당이 실질적 분당 국면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록 일각이지만 여권 내부에서 파국을 피하기 위한 중재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분당이라는 최악의 파국만은 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여론의 흐름과 관계없이 친박의 근본적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수정법안의 국회통과가 어려운 만큼 적절한 절충점을 찾자는 것이다.
수정안에 대한 강제당론 채택 대신 자유투표, 국민투표, 본회의 전원위원회 개최 등의 타협안이 그것이다. 일종의 ‘출구전략’인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일단 수정안에 대한 당론 채택을 시도해보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의총 및 본회의 자유투표나 국민투표도 검토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그 경우 수정안에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측을 압박하면서 파국만은 막자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본들 정몽준은 박근혜에게 깜냥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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