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검찰의 ‘속보이는 한나라당 변호’가 안쓰러운 것은?

녹색세상 2010. 2. 12. 23:05

 

민주노동당 미등록계좌 사건을 맡고 있는 영등포경찰서를 관할하는 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라 서울남부지검이다. 그런데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수사 지휘하고 있으며, 시국선언 별건 수사로 시작한 것임을 인정하고 나왔다. 이 사건을 총 지휘하는 오세인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는 9일 기자실을 직접 찾아 관할을 넘어서 지휘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공안검찰의 작품임을 밝히고, 정권이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한 건 만들어 갖다 바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제기한 교장의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치자금 후원과 공무원의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 신청에 대해서 방어 논리까지 친절히 해명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브리핑을 통하여 피의사실을 흘리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이 직접 브리핑을 자처한 것은 더욱 이례적인 일이다. 이 사건 수사에 대한 기획 수사, 별건 수사 의혹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교장의 한나라당 의원 후원은 처벌 못 한다? 검사가 법도 안 읽어보나


그런데 검찰이 특별히 기자실을 찾아 내놓은 해명의 대부분이 한나라당 정치인에 대한 교장의 후원과 교사-공무원의 한나라당 공천 신청이 형사 처벌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어서 검찰을 더욱 궁색하게 만든다. 그 해명 내용 또한 수긍하기 힘들다. 오 차장은 “2008년 정규학교 교장 13명, 비정규학교(직업학교 등) 교장 3명이 이 의원 개인 후원회에 후원금을 냈다. 개인후원회에 후원금을)내는 것은 명백한 처벌 기준이 없어서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 법제처 유권해석에서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정치인을 후원하는 것도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위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위반은 형사처벌 조항이 분명히 있다. 분명히..... 그런데 검찰은 처벌 조항이 없단다. (사진: 법제처)


언뜻 들으면 맞는 것 같지만 검찰의 거짓말 또는 오해이다. 한나라당의 변호사로서는 딱 적당한 말이다. 애초 민주노동당은 교사나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후원을 하는 것을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이 검찰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였다. 그러다가 한나라당에 교장과 교사들이 정치자금을 후원한 사실이 명백히 밝혀지니 이제 와서 처벌 사유가 아니란다. 행정부 내에 법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을 때 이를 최종적으로 유권해석 하는 기관이 법제처이다.


그런데 법제처는 2005년 11월 안건번호 05-0090(해석일자: 2005.11.7)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하여 공무원이 정당뿐 아니라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주는 것이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활동의 금지)와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7조(정치적 행위) 위반이라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은 국가공무원법의 위임 법령이며, 복무규정 제27조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의 위임규정이므로 복무규정 제27조의 위반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위반이 명백하며, 제84조(처벌)에 의해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교사나 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하는 것과 똑같은 처벌 형량이다. 따라서 교사 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하는 것이 형사 처벌 사유라면 정치자금 후원도 똑같이 형사 처벌 사유이며, 처벌 형량도 정확하게 똑같다. 처벌을 하려면 똑같이 하고, 처벌을 하지 않으려면 똑같이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법 앞의 평등이다. 민주노동당에 적용되는 법과 한나라당에 적용되는 법이 다를 수 없고, 전교조 교사와 교장단-교총산하 단체 교사에게 적용되는 법이 다를 수 없다.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의 복무와 인사에 관한 것을 총괄하는 행정부처가 행정안전부이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공무원 복무제도 해설’ 정치활동의 금지 관련하여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에서 위의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용하면서 공무원이 정치인 후원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이 공무원복무제도해설은 교사를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 적용되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 등에게 교총 산하 교원단체에서 회의를 통하여 1억8천+α를 모금하여 후원하기로 했다.


이는 정치자금법 제34조가 금하고 있는 단체, 법인의 기부를 위반한 것으로 정치자금법 제45조에 의하여 기부를 받거나 기부를 한 당사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죄이다. 이는 검찰이 난리를 피고 있는 정당 가입이나 정치후원금 납부 등의 정치활동으로 받을 수 있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비하면 최소 5배에서 10배는 무거운 범죄이다.

 

▲ 모든 공무원의 복무나 인사 문제 등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구 행정자치부)에서 펴낸 공무원복무제도 해설에도 법제처 유권해석을 인용하여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는 것이 불법이라고 적어놓았다. 


교장들이 혼자서 낸 것도 불법이지만 다른 교사들에게 모아서 낸 것이라면 더더욱 불법임이 명백하다. 단체가 모아서 내거나 단체 자금으로 내는 것은 더더욱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의지가 없다. 과연 검찰이 이 유권해석과 행안부의 공무원복무제도 해설도 안 읽어봤을까? 지금까지 교육부도 이 유권해석과 해설에 근거하여 교사들에게 정치인과 정당 후원을 금지하여 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검찰이 친절하게도 ‘교장이 개인적으로 정치인 후원하는 것은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전교조 교사들의 후원 의혹에 대해서는 교사가 정치 자금을 내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했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 검찰이 이렇게도 무식하단 말인가? 현재 검찰은 한나라당 관련 모든 혐의에 대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선수를 치고 수사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한다. 전교조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정치활동 수사도 처음 시작은 후원금 의혹이었다.


공천 신청했지만 정치활동은 아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 아니다!


한나라당과 교장들의 관계 역시 여기서 출발해서 당원 여부나 당비 관련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 한나라당 당원을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당원 명부를 보는 것밖에 없다. 검찰은 무엇을 선택할까? 이 사건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오 차장이 기자에게 확인해 준 또 다른 내용은 교장들의 정치자금 후원이다. 오 검사는 이정희 민노당 의원이 제기한 현직 교사와 공무원의 한나라당 비례 대표 공천 신청에 대해서도 밤에 직접 기자실을 찾아와 별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신청은 원칙적으로 당원만 가능하지만, 공천이 확정될 즈음에 한꺼번에 당비를 내고 당원이 되는 경우도 있어 공천 신청만으로 불법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대목이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당헌 당규를 조금만 살펴보자. 한나라당 당헌 제5조(책임당원)와 제6조(권리와 의무)에서 책임당원만이 공직후보자 추천을 받을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6항의 단서조항으로 (교사 공무원과 같이) 정당원이 될 수 없는 경우에는 예비 후보 등록 개시 일까지 입당하여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정한 당비를 납부한 때에 책임당원의 자격을 얻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교사나 공무원이 공천을 신청하려고 하려면 입당과 당비 납부를 의무로 하고 있다. 한나라당 당규 ‘당원 규정’ 제2조(당원) 제1항과 2항에서 책임당원은 당비(월 2000원 이상으로 규정)를 지난 1년 사이에 6개월 이상 납부한 당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 당규 ‘공직후보자 추천규정’에서 국회의원 비례대표도 ‘공직후보’에 포함된다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 있고, 동 규정의 제6조(제출서류)에서 공직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당적확인서 또는 입당원서’와 ‘당비납부 확인서(또는 영수증)’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즉, 한나라당에 비례 대표 공천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책임 당원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6개월 이상 당비를 내는 당원이어야 하며, 제출 서류에 반드시 당적확인서 또는 입당원서, 당비 납부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당원이 아니었던 자는 입당원서를 쓰고 소급해서 당비와 심사비를 내야 하므로, 비례대표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당비를 내는 당원이거나 최소 입당원서와 당비납부 확인서를 냈다는 의미이다.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 심사 서류와 당원 명부, 당비 납부 영수증 또는 계좌를 확인해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검찰은 최소한의 확인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는 검찰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무한한 충성을 과시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신청한 3명은 현직 교사이거나 교육청 공무원이었다. 이들은 모두 공천을 받지 못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교사 또는 공무원을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 정당을 대표하여 열심히 일하겠다는, 당헌 당규를 잘 지키겠다는 맹세를 한 것이다. 즉, 한 정당에 공천을 신청한 것 자체가 그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활동이다.

 


검찰은 ‘한나라당 대변인도 교장단 변호사’도 아니다


이것을 두고 정치활동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술은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라고 하는 논리와 똑같다. 지나가는 초등학생에게 물어보자. “정당에 가입하거나 후원금을 내는 것과 그 정당의 국회의원으로 뽑아달라고 공천을 신청하는 것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정치적인 행동인가?”라고… 검찰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백보 양보하여 그렇다 할지라도 한나라당이나 돈 준 교장, 공천 신청 교사와 공무원들이 해명할 일이지 검찰이 대신 해명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교원의 정당 가입 또는 정치 자금 후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의 민주노동당이나 전교조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엄단하겠다는 검찰이 내놓을 해명은 결코 아니다. 검찰이 한나라당의 변호사나 대변인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검찰이나 정부 입장과 전혀 다른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수사도 해보지 않고 미리 나서서, 직접 기자실을 찾아와 해명할 일은 아니다.


지금 정치활동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을 보면 국민의 검찰이라기보다 한나라당의 대변인 또는 교장단의 변호사라고 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검찰이 법률과 유권해석 등을 조금만 살펴본다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을 제대로 검토도 없이 한나라당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기자실을 찾는 검찰의 모습이 참으로 애처롭다. 검찰이 이렇게 멍청하고 무능한 짓을 자초하는지 상식을 가진 국민은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검찰이 밥값도 못하는 집단임을 스스로 밝혔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