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삽질 반대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를 옥천에서 잠시 멈춥니다.

녹색세상 2009. 12. 3. 23:17

 

대전에서 후배와 친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머문 유성에서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전국 일주’를 한다고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미리 ‘선약이 잡혀 있다’며 저녁을 먹고는 ‘잠시 쉬고 있으면 오겠다’고 해 유흥가가 밀집한 동네에서 특별히 갈만한 곳도 없어 찜질방에 가서 쉬었습니다. 잠시 쉰다는 게 깜박 잠이 들었는데 전화가 와 옷을 입고 나갔습니다. 미리 방 잡아 주었으면 찜질방 안 가도 되는데 그런 눈치는 없더군요. ^^ 문제는 세워 놓은 자전거가 늘 걱정입니다.

 


공주대에서 전산학을 가르치는 친구가 ‘우리 나이에 체력 좋다’며 ‘술이나 한 잔 하자’며 분위기 좋은 곳으로 갔습니다. 일식집이라 우리 연배의 늙다리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완전히 젊은이들 일색이더군요. ‘억, 잘못 들어온 것 아니냐’고 했더니 ‘젊은이들의 문화을 알아야 세상을 바꾼다’며 나가지 말고 마시자고 하더군요. 역시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답더군요. ‘당에서 하는 일이냐’고 묻기에 ‘주관은 언론소비자 운동단체에서 시작했는데 상황이 바뀌어 당원들 신세를 많이졌다’고 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지원을 약속한 곳에서 보급조달이 없어 ‘깐깐한 나 때문에 우리 대경본부장이 고생한다’고 했더니 ‘별난 줄 알기는 아네’라기에 같이 한 바탕 웃고 말았습니다. 없는 재정이 바닥난 상태에서 직접 만든 물건을 팔아먹고 살아야 하는데 바자회까지 해 가며 지원하느라 대경본부장과 회원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생각만큼 재정확보가 되지 않아 고생이 많았을 줄 압니다. 나이 먹으면 좀 느긋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말을 뱉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되는 별난 성격이 잘 고쳐지지 않아 고민입니다.


대전 시내는 글자 그대로 큰 밭이라 평지가 많습니다. 지금은 사천으로 간 공군 교육사령부와 충북 청원으로 옮긴 공군사관학교가 있어 주말이면 군인으로 버글거리던 곳이 대전입니다. 이젠 대덕과학단지가 이사와 과학기술의 도시가 되어 유성구는 고학력자가 굉장히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옥천을 지나 영동 추풍령을 넘어야 내리막길로 해서 김천으로 갑니다. 인터넷으로 지도를 검색해 보니 거리는 그리 멀지 않더군요.

 


문제는 고개를 넘는 것인데 바람이 불지 않아야 하는데 넘을 때 마다 바람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네거리를 따라가면 옥천 방향이라 길을 찾는데 그리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유성에 들어설 무렵 600킬로미터를 넘던 미터기가 어느 듯 650킬로미터를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평지인데 바람도 불지 않으니 신나게 페달을 밟았습니다. 옥천을 지나는데 갑자기 ‘급하니 집으로 오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자전거를 때문에 고민을 하던 중 농민운동을 하는 옛 동지가 생각나 ‘옥천이나 영동에 트럭 빨리 수배하라’고 독촉을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농민 회원 한 분이 오셨더군요. 바쁜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달려와 주셨으니 고맙기 그지없더군요. 제 사정을 알고 고속터미널까지 태워 주셨습니다. 아무리 돌아봐도 자전거를 맡겨 놓을 곳을 찾을 수 없어 부득이 하게 자전거를 버스 짐칸에 실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중에 전화를 받았더니 ‘그리 큰 일이 아니라’고 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일 때문에 몇 번 갔다 오고, 주말에 편하게 쉴 곳이 없어 오는 등 몇 번을 오갔습니다. 그런 탓인지 피로가 누적되어 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웠습니다.


출발할 때 계획처럼 토요일에는 무조건 오전만 하고 쉬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피로가 엄습해 오는데 갑자기 몸이 축 처지더군요. ‘만성피로 때문에 기운이 빠져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지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차가 쌩쌩 달리는 국도를 주로 달렸으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자전거가 약자라 배려하거나 보호해 주기는 커녕 장애물로 생각해 차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집에 와서 쌓인 피로를 잠시 풉니다. (2009. 12. 1일 자전거 일주 40일째 옥천에서) 


추 신: 스트레스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 있고,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와 잠시 쉬려고 합니다. 나머지 구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자전고로 완주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심한 피로를 무릅쓰고 달리는 게 위험해 잠시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영동을 지나 김천에서 거창으로 가는 길을 (장담은 못하겠지만) 고민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