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삽질 대신 일 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대전 도착

녹색세상 2009. 11. 30. 20:44

 

 

피로가 밀린 탓인지 평소보다 늦잠을 잤습니다. 늦은 만큼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오늘따라 어깨가 짓눌리고 양팔이 불편해 가까운 제통의원을 찾았습니다. 통증부위를 정확히 찾는 것 까지는 좋은데 아무 것도 안 깔린 차가운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리라’고 하니 황당하기 그지없더군요. 시설이 엉성하기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더군요. 대구 같으면 그냥 나갔을 텐데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성질을 죽이고 그냥 치료받았습니다. 거기에다 물리치료까지 그대로 하니 더 황당하더군요.


무겁기만 하던 어깨가 풀려 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맡겨 놓은 교회로 향했습니다. 천안 끝 지역이어서 다행이지 토요일 헤맸던 걸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지도를 검색해 보니 조치원이 가까워 그냥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천안 시내 쪽 거리가 더 멀어 달리 방도가 없더군요. 몇 일 전부터 조금 흔들리더니 토요일부터 심해 ‘이러다가 탈이 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더군요. 간단히 자전거 경정비를 끝내고 조치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꺼내지도 않은 말을 확인하는 이상한 전화가 왔습니다. 별 것 아니지만 마치 확인사살이라도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던지는 사소한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이리도 힘들게 하는 줄 모르겠습니다. 평소 같으면 ‘비싼 밥 먹고 되게 할 일 없다’며 넘어갈 일도, 교통량도 많고 차가 쌩쌩 달리는 1번국도에서 온갖 눈치 보며 자전거를 밟아야 하는 긴장된 상태이다 보니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이러다가 오늘 ‘사고 나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서더군요.


‘마지막 물 한 방울이 잔을 넘치게 한다’는 말처럼 아무리 작은 주먹이지만 여러 번 맞거나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듣는 작은 말 한 마디가 이렇게 민감할 줄 몰랐습니다. ‘나는 이렇게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반성’을 하면서 오늘 하루도 무사히 다닐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도를 해 봅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유천교차로’를 지나 사정없이 달렸습니다. 자전거 앞바퀴가 흔들리니 더 신경이 쓰여 어떻게 조치원까지 왔는지 모르겠더군요.


조치원 읍내에 들어와 전날 검색을 해 놓은 자전거점을 찾았습니다. ‘장거리 주행에 바퀴가 휘었다’고 해 바로 교체 했습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와이어가 늘어진 브레이크도 점검해 주고, 먼지가 잔뜩 쌓인 부위를 깨끗하게 닦아주는 등 사장님이 아주 친절하고 세심한 분이었습니다. 조치원에 사시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2시가 되어 늦은 점심을 먹고 한의원을 찾아 갑갑한 속을 치료하려다 너무 늦어질 것 같아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세종시를 지나 그 동안 부지런히 달려왔던 1번국도와 동학사 이정표가 보이는 삼거리에서 헤어졌습니다. 유성 쪽으로 부지런히 달렸더니 미터기는 어느새 1600킬로미터를 넘어갔습니다. 천안에서 1500킬로미터가 넘어갔는데 불과 이틀도 안 되어 이 정도니 부지런히 페달을 밟았나 봅니다. 다행히도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 별 고생없이 대전까지 편하게 왔습니다. 이명박이 온갖 감언이설로 사기를 치는 세종시를 지나면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해 조금 아쉬웠습니다.

 

 


차가 워낙 많이 다니는데다 공사 먼지를 막는다고 도로에 물을 많이 뿌려 빨리 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정이 많이 밀린 탓에 천안을 지나면서 조금 빡빡하게 달렸습니다. 유성에 도착해 후배에게 ‘오늘은 진짜 자전거로 왔다’며 전화를 했더니 ‘형님, 아직도 달립니까’라는 너스레에 ‘완주가 내 목표’라며 같이 웃었습니다. 후배를 기다리며 한의원에 들렀더니 ‘많이 긴장되어 있다’며 완주도 좋지만 몸이 우선이니 ‘가능하면 내일도 치료 받는 게 좋다’고 하더군요. 역시 우리 몸은 정교하기 그지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월요일 저녁이라 바쁜 후배에게 ‘일 다 마치고 연락하라’며 ‘바로 오라’는 말 보다 더 무서운 공갈을 쳤습니다. 지난 번 서해안을 따라 태안을 지나 서산에 들렀을 때 전국적으로 비가 와 신세를 졌는데 다시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오래도록 맺은 인연이라고 반가이 맞아주는 후배가 고맙기 그지없지요. 형제가 같이 대전에 사는데 대전에 올 때 마다 전화를 하는데 둘 다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반겨주는 고맙기 그지없는 사람들입니다. 오늘은 대전에서 하루를 묵습니다. (2009. 11. 30일 자전거 일주 39일째 대전에서) 


추 신: 대전 유성에 도착했음에도 유성시외버스터미널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시외버스터미널 앞’이라고 문자를 보내는 바람에 지난 번 막걸리 마신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동부시외버스터미널로 보내는 사고를 쳤습니다. 거리가 제법 되는 곳인데 이런 사고까지 쳤으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연식 탓’인지 순간적인 실수인지 정말 헷갈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