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삼성바다 오염사고 현장 가늘 길을 시샘하는 강풍

녹색세상 2009. 11. 12. 00:15

 

 

어젯밤 반가운 분들로부터 듬뿍 받은 기운으로 보령을 출발해 태안으로 가는데 삼성 간판이 눈에 거슬립니다. 거기에다 또 강풍이 시샘을 해대니 그야말로 죽을 맛입니다. 삼성중공업이 저지른 바다 사고 현장을 가는 걸 방해라도 하는 것 같더군요. 자전거로 ‘가는데까지 가 보자’며 달렸으나 힘이 딸려 홍성에서 버스로 이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든 길을 자전거로 이동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하면 몸을 상할 것 같아 불가피하게 태안행 버스에 몸과 자전거를 실었습니다.

 

 

서산방향으로 가는데 청산리 전투에서 일제에게 엄청난 타격을 준 ‘청산리전투’의 주역인 ‘백야 김좌진 장군’ 묘 안내 간판이 보였습니다. 바람만 잠잠하면 잠시 참배라고 하고 가면 좋으련만 사정 봐 주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이 여유를 전혀 주지 않더군요. 항일투쟁을 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친일파 후손들은 득세하며 기득권을 누리는 현실이 갑갑하죠. 자식들에게 이런 상식 이하의 현실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갑갑할 뿐입니다. 조중동은 일제에게 아부한 대가로 지금까지 호의호식하며 지금까지 설치고 있습니다.

 

홍성을 지나 서산까지 버스로는 잠시였지만 오늘처럼 바람이 사정없이 부는 날 자전거로 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더군요. 버스를 타고 가는데 충남도당 안병일 위원장님이 태안에 사는 당원 연락처를 알려주셨습니다. 가는 곳 마다 일일이 신경을 써 주셔 덕분에 편하게 다닙니다. 태안 시내 들어오자마자 농협 앞에는 ‘쌀값보장’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벼 야적투쟁 현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다 바람을 맞으며 자란 벼는 맛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 땀 흘려 지은 농사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 싸구려로 거두어들이는 엉터리 농업 정책은 변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내일은 삼성이 저지를 바다사고 현장을 가보려 합니다. 삼성 바다 오염 사건을 후배가 재판을 했는데 법적으로는 삼성의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삼성으로 부터 모든 지시를 받고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이 벌어지면 전혀 책임지지 않도록 하도급 계약을 맺어 법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하는 판사로서 난감하기 그지없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후유증으로 많은 주민들이 고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사람들의 고통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요.


상식에 따른 사과와 손해배상을 해야 하건만 ‘법적으로 책임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조중동은 진실 보도를 하지 않으니 언론이 존재할 이유조차 없는 것이죠. 바람이 좀 잠잠해져 많은 곳을 돌아보고 그 분들의 아픔을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바람대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태안해상국립공원이 있을 정도로 태안반도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런 곳을 완전히 파괴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천박한 삼성자본의 후안무치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람이 좀 잠잠해져 다니는데 별 지장이 없기를 기도해 봅니다. (2009. 11. 11일 자전거 일주 23일째 태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