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삼성바다 오염사고 현장 만리포에서

녹색세상 2009. 11. 16. 17:16

 

 

2007년 12월 7일 삼성중공업이 저지른 바다 오염 사고 현장으로 가서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가장 많이 피해를 입은 지역이 만리포 해수욕장 인근이라고 들었습니다. 전날 보령에서 태안으로 오는 길에 강풍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왼쪽 팔에 힘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 근육이 긴장된 것을 풀려고 치료를 했습니다. 편하게 자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별 차도가 없어 정성껏 치료해 준 한의원으로 다시 갔습니다. 원장이 보자마자 ‘절대 자전거로 가면 안 된다’며 걱정을 할 정도로 환자에게 성의를 다하더군요.

 


태안 바람이 보통이 아니라 자전거로는 갔다 오기 힘들 것 같아 버스를 탔습니다. ‘자전거로 일주한다’는 약속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이 상하도록 해서는 안 되기에 부득이 하게 버스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서쪽이라는 만리포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평일인데다 바람까지 부는 수능시험 치는 날이라 사람도 별로 없고 한산했습니다. 어디에 가서 삼성바다 오염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연세가 드신 분이 계산대에 앉아 있는 한 편의점으로 갔습니다.


차도 기다릴 겸 맥주 두어 병을 사서 ‘자전거 여행 중’이라며 삼성바다 오염사고 당시 이야기를 꺼냈더니 조금 경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전국의 삽질 현장을 돌아다니는 중인데 삼성사고 현장을 꼭 보고 싶어왔다.”면서 제 신분을 밝히자 그제야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직도 삼성이 태안읍내에 사무실을 구해 놓고 피해지역 주민 분열 공작을 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굴 양식을 하거나 피해가 사람이 적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손해배상과 함께 삼성계열사에서 자매결연을 맺고, 그렇지 않은 마을은 ‘피해 근거를 증명하라’며 오리발을 내민다고 하니 치졸한 짓이죠.

 

 


피해가 심각했던 2008년 여름에는 만리포의 모든 숙소를 삼성에서 예약해 놓고. 거제에 있는 삼성중공업 직원과 가족들을 휴가철에 모두 만리포로 오도록 했답니다. 태안에서만 사용가능한 상품권을 줘서 억지춘향을 부린 것이죠. ‘역시 삼성은 다르다’고 하더니 얼마 지나자 뜸하더니 이젠 완전 오리발에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던 주민들을 이간질 시키는 분열공작까지 해대니 대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상식조차 지키지 않습니다. 아마 이런 이간질을 당분간 계속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삼성사고에 대해 조중동은 축소 은폐 보도를 했음은 물론입니다.


민초들이 말하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상식’을 요구할 뿐입니다. 언론은 사실 그대로를 보도하고 기업은 사회에서 돈을 번 만큼 그 책임을 하라는 것이지 모든 것을 털어 기부하거나 헌신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입만 열면 ‘국가의 품격’을 들먹이는 이명박 정권이라 재벌이 들먹이는 선진국인 북서유럽국가는 노동조합을 ‘탄압대상’이 아니라 ‘동반자’로 인정하고 경영에도 참여합니다. ‘노동자들의 자발성이나 도움없이 기업이 결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오기를 빌어 봅니다. (2007. 12. 12일 자전거 일주 24일째)


추 신: 삼성바다 오염 사고 현장을 돌아보는데 진보신당의 당원들의 도움이 많았습니다. 써 놓고는 13일(금)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일정을 잠시 쉬면서 바로 올리지 못했습니다. 서산으로 이동해 자전거를 맡겨 놓고 대전에 가서 청년시절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 후배와 막걸리 한 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