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보령으로 이동하는 ‘삽질 대신 일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녹색세상 2009. 11. 11. 23:09

 

서천에 도착하니 먹거리 연대운동을 하는 이재국 당원이 반가이 맞아주셨습니다. 서천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서천에서 소비하도록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결하는 일을 하고 있더군요. 지금은 서천에서 재배한 콩으로 매일 새벽 만든 두부와 유정란을 소비자들의 아침 식탁에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쁜 가운데도 농촌에서 배움에 목말라 있는 분들을 위한 야학활동도 하는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입니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정부 공식 통계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길을 가다 보면 노인들이 몇 번이나 묻는 경우를 간혹 보는데 대부분 글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수치를 낮추려고만 할 뿐 실질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지 않는 일을 하면 도와주는 게 당연하건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못 배운 사람들을 차별해 더 서러움을 받는 게 현실입니다. 가진 것 없고 못 배운 사람이 기득권자들의 눈에는 처리해야 할 귀찮은 존재로만 보이는 것이지요.

 

정치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란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소외된 계층을 위한 복지 문제를 거론하면 ‘예산없다’면서도 눈에 보이는 삽질은 여야할 것 없이 해대고 있습니다. 지역 농산물 소비 운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새벽에 일어나서 같이 돌아보았습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소비자가 적지만 서천지역에서 뿌리내리면 인근 지역으로 확산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중간 유통을 그치면서 농산물의 가격은 폭등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 24시간 장사를 하는 해장국집, 심야 노동이 사람의 살을 깎아 먹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야만 살아가는 이웃이 많다. 아래는 단풍이 깊게 물들어가는 이재국 당원의 농장에서 찍은 사진


그렇다고 건강하고 좋은 것도 아닌 유전자 조작 식품이 대부분이라 조만간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도시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농사는 변할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을 조직하는 일이 고민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왔다고 반가이 맞아주시고 집에서 하루 묵을 수 있도록 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작은 물방울이 큰 바위에 구멍을 내듯이 비록 지금은 약하지만 이런 성실한 땀이 소중한 결실을 맺으리라 믿습니다.

 

대천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보령으로 이동을 하는데 고개가 무려 5개가 넘는데다 바람마저 사정없이 가슴을 때리니 지치는 게 아니라 진이 다 빠지는 것 같더군요. 부산에서 마산으로 가는 ‘2번국도’를 달리 때도 바람이 많이 불어 고생을 했는데 보령 가는 길도 만만치 않더군요. 거리가 45킬로미터 밖에 안 되어 두 세 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복병을 만나 생고생을 했습니다.

 

개 하나를 넘는 것은 평지 40킬로미터를 달리는 것 만큼이나 힘이 들어 자전거 타기에도 최고의 복병입니다. 얼마나 용을 썼는지 손목이 다 아파 보령 시내 도착하자마자 한의원에 들러 침을 맞고 풀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 전쟁연습장이 된 바다를 돌아보려 했는데 차질이 생긱고 말았습니다. 보령에 왔다고 반가운 분들의 전화가 왔습니다. 반가이 맞아주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기에 힘을 내어 달릴 수 있는 것이지요.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느라 힘듦에도 불구하고 초대해 주신 고마운 당원 댁에서 같이 저녁도 먹고, 자식 키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끈질긴 투쟁으로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합니다. ‘보채는 아이 젖 준다’는 속담처럼 줄기차게 싸우지 않고 쟁취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87년 6월 항쟁의 경험을 가진 세대라 예전부터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자식의 문제로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합니다. 이렇게 삶 속에서 치열하게 실천하는 분들이 있기에 우린 희망이란 끈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일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홍성ㆍ서산을 지나 태안으로 가려합니다. 삼성중공업 바지선이 사고를 내어 해상국립공원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태안반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든 현장을 돌아보고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지만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허탈해 빠진 분들의 아픔에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사고를 낸 삼성은 책임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재벌이 치사한 짓을 하는 것이지요. (2009. 11. 10일 자전거 일주 22일째 보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