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군산에서 시작하는 ‘삽질 대신 일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녹색세상 2009. 11. 8. 19:55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주일 가까이 쉬었던 자전거 일주를 다시 시작합니다. 잘못 쉬었는지 몸무게가 1.5킬로그램 빠진 날렵한 몸매로 점점 다가가는군요. ^^ 처음에 일정에 쫓겨 무리하게 이동한 후유증이 제법 오래가는 걸 보면서 천천히 가더라도 완주하는 게 더 중요하기에 휴식이 소중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프거나 피곤한 것은 쉬라는 몸의 반응이자 요구이죠. 이런 자연의 순리를 무시하고 학대할 때 사람의 몸이나 자연은 망가지기 마련입니다. 여러모로 걱정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거듭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주에서 군산으로 이동하던 중 신고 정신이 투철한 민주시민 때문에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위반’으로 교통경찰에 걸려 논두렁길로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법규를 모르고 오신 것 같다’며 자전거라 봐주더군요. 지금까지 교통법규를 지켰다면 겨우 경상도 지역을 벗어났을지도 모릅니다. 확장한 모든 국도가 차만 다니도록 만들어 법을 어기지 않고는 자전거로 이동할 재주가 없더군요. 국도와 고속도로(고속국도)가 같이 가니 굳이 자동차 전용도로를 고집할 이유가 없건만 토건마피아들의 머리 속에는 조중동처럼 ‘길만 내면 개발된다’는 개발 독재 시대의 찌꺼기만 가득 차 있습니다.


이를 핑계로 이명박 정권이 구상하는 전국을 잇는 자전거 전용도로 삽질을 해대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국도의 자동차 속도를 좀 더 제한하고 갓길에 자전거 전용도로만 만들면 되는 간단한 일이건만, 이를 제대로 알려야 할 언론은 정부가 발표하는 것을 그대로 옮겨 적을 뿐입니다. 현장 확인을 하고 사실대로 보도해야하는 게 자신들의 당연한 의무이건만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곳곳에 손 보고 고쳐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삽질로 경제성장 운운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요.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언론소비자로서 진실을 왜곡하고 언론장악 음모에 혈안이 된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의 횡포를 막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시내용 자전거에 짐을 많이 실었더니 바구니가 탈이 나 또 손을 봐야합니다. 일요일이라 문을 연 자전거점이 없어 인터넷 검색을 해 이래저래 전화만 해대고 있습니다. 대구 시내나 인근을 다닐 때는 아무 탈 없었는데 장거리에다 무거운 짐 탓에 수시로 탈이 나네요. 좋은 자전거가 달리 비싼 게 아니란 걸 알 것 같습니다. ^^

 


전북 군산에서 다시 시작해 충남 서천으로 이동합니다. 지나는 길에 태안을 꼭 가보려고 합니다. 태안은 삼성이 저지른 사고로 지금도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고를 내 수많은 어민들의 생계를 빼앗고도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삼성의 오만방자한 현장을 보려합니다. ‘영원한 승리자는 없다’는 건 상식이건만 삼성의 무한한 욕심은 끝을 모른 채 돌격만 해대고 있습니다. 작은 물 한 방울이 큰 바위를 갈라지게 하듯이 진실을 갈망하는 민주시민들의 염원은 결코 막을 수 없음을 믿습니다.

  

군산에 도착하니 비가 내려 서천으로 가는 길을 미루고 있습니다. 군산 시내에도 부안만큼이나 새만금에 천지개벽이라도 날 것처럼 야단법석을 떠는 광고판이 설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쏟아 부은 돈의 몇 십 배를 더 있어야 개발이 가능하고, 세월없는 일이란 걸 알건만 여야할 것 없이 계속 뻥을 치고 있습니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해수면이 급상승해 바다를 매립한 간척지는 매우 위험하다는 건 중학생들도 압니다. 갯벌에는 아무리 보강 공사를 해도 지반이 내려앉는 것을 감수해야 하건만 장밋빛 환상만 거품 물어대니 너무 하지요.


비가 그치면 삼성계열사를 찾아 일인시위라도 하련만 혼자 삼바리 설치하고 사진 찍는 게 보통이 아니더군요. 일인 몇 역을 해야 하니 재주 둔한 저로서는 오로지 몸으로 때우는 자전거 타기 말고는 할 게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제 삼바리마저 고장이 나 자동으로 찍는 것도 당분간 못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이 ‘전태일 열사 추모 전국 노동자대회’인데 참석 하려다 저녁 늦게 도착하면 일정 소화에 차질이 있을 것 같아 빠지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는데 올해는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참석해 그 동안 신세진 당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면목이 없습니다. 비가 오는데다 경찰의 토끼몰이식 체포 위주의 진압으로 다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거기에다 위험 수위에 오른 신종인플루엔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테고요. 예전 같으면 조카 녀석들 닦달해 집회에 나오라고 했는데 ‘전과 14범의 화려한 전력’을 가진 자가 등극한 후 옛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래저래 마음이 편하지 않군요. 시작한 ‘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는 계속하겠습니다. (2009. 11. 8일 자전거 일주 20일째 군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