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태

서천에서 ‘삽질 대신 일자리를ㆍ언론악법 철폐’ 자전거 일주 시작

녹색세상 2009. 11. 9. 17:33

고마운 군산의 인심을 느끼며


일요일 오후 군산에 도착해 탈이 난 자전거를 수리하려고 인터넷을 통해 확인을 했습니다. 큰 고장이 아니라 맡겨 놓은 곳에서 찾아와야 하기에 고민을 하고 있는데 ‘차를 가지고 같이 가자’는 전화가 걸려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흔히 바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거칠다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새삼 확인합니다. 큰 고장도 아닌데 차를 가지고 와서 도와주니 이 이상 고마운 게 없지요. 탈이 난 광주리가 불안해 통째로 갈았습니다. 그렇다고 수리비가 비싼 것도 아니었습니다.

 

▲ 6차선의 잘 닦인 도로에 새로운 자동차 전용도로를 낸다는 삽질 안내 간판.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삽질을 계속할 정도로 이명박 정권은 뒤떨어진 낡은 정책을 펴고 있다.

 

시내 전용 자전거로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일주를 한다’고 하니 마침 그 가게에 온 동호회원들이 전부 놀라더군요. ‘아저씨는 웃는 얼굴이지만 모험을 즐기는 사람 같다.’기에 ‘아니 어떻게 아셨느냐’고 맞장구를 치며 같이 한 바탕 웃었습니다. 움직일 때 마다 ‘오늘은 자전거가 탈이 나지 않기를’ 빕니다. 하늘이 도우시고 많은 민주시민들의 정성 덕분에 도로에서 큰 고장이 나지는 않았으니 고마운 일이지요. 금강하구둑 방향 이정표가 있는 부근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아침 먹을 곳을 물어보고 나서 충남 지역 일정을 확인했습니다.


금강 하구를 지나 충남 서천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군산을 벗어나려는데 떡 버티고 있는 이마트 물류 창고가 눈에 거슬리더군요. 곳곳에 자리 잡고 공룡처럼 마구잡이로 포식을 해대는 괴물이 영원하지 않건만 광란의 질주를 해대고 있습니다. 언론소비자 주권운동은 막을 수 없는 대세라 삼성도 이리저리 잔머리를 많이 굴리고 있다고 합니다. 가전제품이야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재벌전체 이미지가 걸린 문제니 풀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작은 물방울이 계속되면서 큰 바위에 작은 흠을 내기 시작했다는 증거라 생각합니다.

 

 

▲ 금강하구둑을 막아 서서히 죽어가는 갯벌에 방치된 작은 배, 서해 바다 전체를 삽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연안에서는 잡을 고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금강 인도에 깔아 놓은 폐타이로 만든 떨어져 나간 바닥재. 걷기 운동하면서 발암물질을 마셔야 하는 세상임을 보여준다.

 

곳곳에 널린 삽질 안내판을 보면서


금강 하구를 따라 가려는데 또 삽질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안 그래도 잘 달리는 차를 더 빨리 달리게 하고, 사람은 아예 빼 버린 삭막하기 그지없는 아스팔트로만 만들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이 땅의 주인임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건설머슴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이명박 정권 들어선 후 하늘을 찌르고 있는 증거입니다. 오랜 세월 개발독재 시절을 지나면서 토건공화국의 건설마피아들이 얼마나 비대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삽질을 해대는 이명박 정권이 명확한 증표이지요.

 

▲ 죽어가는 금강을 살리려고 몸부림치는 서천환경운동연합의 실무자들과 찍은 사진. 금강하구둑으로 갯벌이 죽어가고 있음을 상세히 알려준 분들이다.

 

박정희 시절 흐르는 강을 막아 버렸으니 갯벌과 금강호 안은 많은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굳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군산 쪽의 갯벌은 생물들이 살기에 부적합하다는 게 눈에 확연히 들어오더군요. 갯벌은 천연정화조로 강물을 통해 바다로 흘러나가는 많은 폐수를 걸러주는 자연이 준 매우 유익한 선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갯벌에는 많은 조개와 새우 등이 살고 있어 그것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도 많고, 해마다 철새가 오기 때문에 생태 관광으로 아주 좋음에도 매립해 사정없이 죽이는 광란의 삽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군산도 갯벌을 다 막아 공장을 짓고는 한 쪽에서는 ‘철새축제’를 한답시고 난리를 치는 걸 봤습니다. 환경부가 아니라 환경파괴부라 불리는 동네머슴들은 ‘습지보전사업’을 한다고 생색을 내려고 금강하구둑에 생태 체험장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관료들이 자신들의 둔한 머리로는 도저히 할 수 없으니 서천환경운동엽합에 의뢰해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습니다. 람사습지에 등록한 순천만 코앞에 불과 2~30여 분의 편리 때문에 고속도로를 내 사정없이 파괴하는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묵인하면서 다른 곳에서는 환경보존을 한답시고 설치는 꼴이 가관이지요.

 

 

▲ 죽어가는 갯벌에 버려진 폐선박이 서서히 죽어가는 이름 모를 생명들과 비슷해 보인다. 바다를 너무 많이 매립해 만조 때도 더 이상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갯벌파괴의 주범은 삼성을 비롯한 거대 건설회사


이 모든 배후에는 도급 순위 1위인 삼성을 비롯한 대림산업ㆍ현대건설ㆍSK건설 등 거대 건설회사가 버티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돈 벌이만 되면 합법을 가장한 용역깡패를 동원해 무고한 사람들을 몰아낼 뿐만 아니라 사지로 내모는 아주 파렴치한 집단입니다. 용산참사도 삼성건설이 가장 큰 이익을 남긴다는 사실을 우린 잘 압니다. 외국의 조폭들이 돈 벌이 때문에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하는 것과 용역깡패들을 동원하는 것이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이젠 경찰이 나서서 삼성과 같은 재벌들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며 사람을 죽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생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 사람이 살 수 없다는 것은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도 잘 압니다. 세파에 찌든 어른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변명을 할지 모르나 영혼이 맑은 어린 생명들은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오늘은 편하게 다녔습니다. 자전거 일주를 시작하면서 가장 느긋하게 다닌 날인 것 같습니다. 가야할 길이 가깝지 않기에 몸 풀며 잘 다니라는 기회라 생각하며 편하게 이곳저곳을 구경합니다. 장항습지도 금강하구둑을 막은 후 많이 죽어가는 흔적이 곳곳에 보이더군요. 곳곳에 널린 폐선박이 그 증거이지요.


바다에 몸뚱아리 하다 기대며 작은 목선 한 척으로 거친 파도를 마다하지 않고 살아갔던 민초들을 더 이상 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갯벌을 막았다고 꼴난 보상금 몇 푼 쥐어주면서 온갖 생색은 다 내었을 테지요. 그것도 국민들의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말이죠. 살길이 막막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어부들은 돈이 손에 있자 흥청망청 쓰다 목숨을 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사람을 이렇게 마구 죽여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왜곡하는 쓰레기 언론 조중동은 폐기물 처리장으로 보내야 마땅합니다. (2009. 11. 9일 자전거 일주 21일째 서천에서)

 

추 신: 서천에서 하루 묵고 보령으로 이동합니다. 오늘 광란의 삽질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무리들을 끌어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합니다. 격려 문자와 후원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부지런히 자전거 타는 것으로 빚갈이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