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너무 심한가? 심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최고 사법 기관인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약간 달리 표현했을 뿐이다. 하기야 행정수도 문제도 ‘관습법’을 들먹여가며 위헌 판결을 내린 곳이니 상식에 따른 판단을 기대를 하는 게 애당초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야간 집회 금지는 위헌취지 판결을 내리면서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큰 사건은 철저히 정치적인 이해에 따른 판결을 하는 집단이다. 과하다는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소매치기는 불법이지만 장물의 소유는 소매치기범에게 있다.”는 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 1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강국 소장이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사건의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국회의 신문법과 방송법 처리 과정에서 다른 의원에게 위임ㆍ양도할 수 없는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신문법의 경우 제안 설명과 심의절차, 질의토론을 생략한 것은 국회법 위반(재판관 7명)이며, 대리투표는 그 결과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5명). 방송법 표결에 대해서는 질의토론이 생략됐고, 재적 과반 미달 상태에서 나온 투표 결과는 부결로 봐야 한다” 는 의견이 우세했다. 헌재는 전체 방송법 처리 과정에 대해 6대3 의견으로 권한 침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재는 두 법안의 가결을 무효로 해 달라는 야 4당의 청구는 기각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은 권한 침해 판단과는 별도로 그 처분을 취소 또는 무효화할지를 헌재의 재량에 맡겨놓고 있다”며, 신문법은 6대3, 방송법은 7대2의 의견으로 무효인 청구에 기각 결정을 냈다. 다만 헌재는 “법안의 효력은 유효하지만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재의 결정도 유효하다. 앞으로 국회의장이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달리 표현하면 어떤 사람이 소매치기를 당했고 이를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 매치기는 범법이지만 그 소매치기한 장물의 소유권은 소매치기에게 있으니 둘이서 잘 합의해서 해결하라” 말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경찰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뒤집어 말하면 헌법재판소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헌재 스스로도 이 법안들의 처리과정이 불법이나 위법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위법이나 불법으로 처리된 법안이 유효하다고 말하는 것은 법률에 대한 권위적인 해석은 하면서도, 정작 정권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에서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책임회피용 판단이라고 보인다.
법령을 실시할 때는 먼저 윗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그 다음 아랫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먼저 존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법이 바로 설 수 있고, 처벌을 받은 사람이 그것을 탓하지 않게 된다. 권력자와 고위 관리자들이 식량과 재물을 빼앗아가고,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묵과한다면 결코 법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없게 된다. 라는 말이다. 헌재의 판단이 일반 법률의 적용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법을 집행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깊이 새겨 볼 말이다.
헌재의 결정을 보면서 반대로 용산참사 희생자들에 대해, 혹은 철거민 대책위에 대해 재판부가 “의도가 좋았다 해도 수단이 불법적이었다면 중형을 면할 길이 없다.” 는 취지로 대책위에 대해 중형을 선고한 것과는 정 반대다. 헌재는 위법과 불법으로 억지로 통과된 법안에 대해 그 절차상의 불법은 인정하면서, 법안가결을 무효로 해 달라는 청구는 기각했는지 모를 일이다. 법 이전에 상식의 선에서 판단이 가능한 일에 대해서도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가는 그 신묘한 재주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과연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는 것인가? (한토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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