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제 손으로 무덤 판 법원…용산참사 피고인들 전원 ‘유죄 선고’

녹색세상 2009. 10. 29. 01:23

이명박 정권의 눈치 보며 자살골 선택한 사법부

재판부 ‘화염병 던져 국가 법질서 유린’


2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열린 용산재판에서 형사합의27부(한양석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9명에게 최고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충연 용산4구역철대위원장 등 피고인 2명에게 6년형을 선고했으며, 다른 피고인 5명에 대해서도 5년형을 선고했다. 농성 참여 정도가 가벼운 두 피고인은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수사 기록 3천쪽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결을 내린 어이없는 사법부에 의한 잔인하기 그지없는 폭력이다.

 

▲ ‘용산 참사’로 구속기소 된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이 28일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받자, 이 위원장의 어머니 전재숙씨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오열하고 있다. 고 이상림 씨의 부인인 전씨는 “제 아비를 죽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울부짖었다. (사진:한겨레신문)


이에 대해 용산참사 유가족과 용산범국민대책위원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적 판결”이라면서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판이 끝난 직후 이충연 위원장의 형 성연씨는 “재판장이 검찰이 써준 원고를 읽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김형태 변호사는 “정치적 재판을 하지 않고 형법대로만 판결했다면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나왔을 것”이라면서 “20년 뒤 재심을 한다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범대위 역시 “재판부가 정치적 중압감으로 인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렸다”면서 “이후 항소심을 통해 다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국회에서 특별검사제가 도입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 하의 사법부는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자살골을 날려버렸다.  찰은 이충연 위원장 등 농성자 9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 21일 각각 5년·6년·7년·8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화재 원인을 알 수 없고, 경찰 진압이 적법하지 않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농성자 화염병은 ‘유죄’ 경찰특공대 진압은 ‘무죄’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세입자의 권리가 침해당했어도 타인의 건물을 점거하고 경찰관에게 화염병을 던져 다치게 한 것은 국가의 법 질서 근간을 유린한 것” 라고 주장했다. 또한 “재개발 과정에서 부당한 피해가 없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 사회적 책무이지만, 정책적 협의가 필요해 법정의 판단 범위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피고인들 양형과 관련해서는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들에 책임을 전가했으며, 재판을 방해하고 법정을 정치적 의사표현의 장으로 변질시켰다”고 강조했다. 죄질이 불량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거운 형을 선고해야 마땅하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고 농성자들도 5명이 사망한데다 수많은 탄원서가 있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 동안 용산 재판에서는 발화 원인과 경찰진압의 정당성 등이 쟁점으로 다뤄졌다. 검찰은 농성자들이 경찰특공대를 향해 세녹스(시너와 같은 물질)를 붓고 화염병을 투척해 불이 났다고 주장했으나, 변호인들은 화재전문가와 경찰특공대원들을 증인으로 불러 발화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법정에 선 일부 경찰특공대원들은 “망루 안에서 화염병이 투척된 것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들은 발화 원인으로 경찰 진압과정에서 쏟아진 세녹스가 기화된 유증기가 발전기 등으로 인해 인화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에 대해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화염병을 보지 못했다는 경찰특공대원 증언에 대해서는 “대원들이 망루 내 위치나 머문 시간 등이 다르고 소화기 분말 등으로 시야가 흐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일치하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유증기가 인화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이) 별다른 합리적 설명을 못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진압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변호인들은 대테러 목적의 경찰특공대가 농성 이틀 만에 진입하는 게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소방대원이나 특공대원으로 현장에 있었던 한 증인들이 “내가 지휘관이라면 진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에 대해 검찰은 “전철연의 농성은 장기간 진행되며 폭력을 동반하기 때문에 조기 진압이 필요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농성장소가 왕복8차선 도로인 한강로에 접근해 있었고, 농성자들이 위험한 시위물질을 갖고 들어가 피해가 일어났다”면서 “경찰특공대의 신속한 진압이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밝혀 공정하지 않은 판결을 내렸다.


한편, 용산재판에서는 검찰이 수사기록 3천쪽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를 들어 경찰 핵심간부 조사 내용이 담긴 수사기록을 비공개했고, 이에 변호인단은 재판기피 신청, 변론 거부 등으로 맞서면서 3개월 가까이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3000쪽이 증거로 제시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과 증인 심문 등을 통해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 헌재의 판결이 나기까지 연기해야 하는 상식마저 뒤엎어 버렸다.

 

 ▲ 김형태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적인 재판, 기본이 안 된 재판’이라며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판결문 듣다가 뛰쳐나간 변호사, 피고인들…통곡의 재판정


이날 재판부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법정에서는 한숨과 눈물이 이어졌다. 이날 100여 석의 법정은 피고인들의 가족과 용산참사 유가족, 철거민들, 각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취재진들로 가득 찼다. 통로에 앉거나 서있는 방청객도 많았다. 가족들은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싸거나 눈을 감은 채 침통한 표정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문제의 핵심 부분인 발화지점에 대한 유죄 선고에 이르자, 김형태 변호사와 이충연 위원장 등 피고인 2명은 “이건 재판이 아니야”라고 외치며 법정을 나섰다. 방청객들도 “나가자, 더 들을 필요 없다”고 외치며 일어섰고 한 방청객은 소란행위로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선고가 끝나자마자, 참고 있던 가족들의 통곡이 재판정을 가득 메웠다. 유가족들은 “이게 재판이야? 이명박 정권이 그렇게 무서워?”라고 소리쳤고, 판사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어린 자식을 부둥켜안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오열하는 가족도 있었다. 특히 이충연 위원장의 어머니 전재숙 씨(고 이상림씨 부인)는 탈진한 채 법원 로비에 주저앉아 “제 아비를 죽이는 아들이 어디 있느냐”고 울부짖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두렵기에 이런 엉터리 판결을 내리는지 납득할 수 없다.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사법부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