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용산참사 진압특공대원들 ‘망루 안 시너 60통’ 몰랐다

녹색세상 2009. 10. 15. 00:23

특공대장, 작전 전날 밤 늦게 정보 입수하고도 함구

“경찰 수뇌부가 부하들 사지로 내몰아” 비난받아 마땅


‘용산 참사’ 당시 농성 현장 진압에 나섰던 경찰특공대원들은 망루 안에 얼마나 많은 위험물질이 쌓여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작전에 투입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삼복 당시 서울시경 경찰특공대장은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작전 개시 전날인 지난 1월19일 밤 11시께에야 용산 ‘진압계획서’를 확인하고 망루 안에 20ℓ짜리 시너통 60여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잠든 대원들을 깨우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이를 따로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 지난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점거농성을 하는 용산구 한강로3가 한 빌딩에서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서자 망루가 화염에 뒤덮이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이’ 이날 입수한 경찰의 ‘1.20 전철연 한강로3가 남일당 빌딩 점거 농성장 진압계획서’를 보면, 경찰은 망루 안에 △시너통(20ℓ) 60여개 △화염병 5상자(120여개) △염산(박카스병) 약 100개 등의 위험물질이 있음을 진압 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장은 “19일 두 차례에 걸쳐 대원들에게 ‘망루 안에 위험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교육했고, 소화기와 안전장비 등을 지급해 작전 수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할 정도로 후안무치함을 드러냈다. 법정에서는 ‘대장은 상황을 모른다. 제대장이 알아서 한다’며 거짓 증언을 했다.


이에 앞서 노아무개 용산소방서 대응팀장도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이충연(구속 기소) 용산철거민대책위 위원장 등 9명의 공판에서 “출동할 때 경찰에게 들은 이야기라곤 ‘시너가 있다’는 말밖에 없었다”며 “유증기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스파크만 일어도 화재가 나기 때문에 20ℓ들이 시너통이 60개나 있다는 걸 알았다면 경찰 병력을 투입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온 경찰특공대원들은 ‘마치 환각상태 갔았다’고 할 정도였으니 시너 유증기가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용산 철거민 참사를 불러온 경찰특공대의 진압은 지난 1월19일 저녁 7시 김석기 전 서울청장의 승인으로 확정됐으며, 진압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함께 김남훈 특공대원(경사)이 목숨을 잃었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결과적으로 박 특공대장 등 당시 경찰 지휘라인은 작전의 위험성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소중한 부하들을 사지로 내몬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법정에서는 ‘모른다. 보고 받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던 자가 국정감사장에 불려가서야 ‘알리지 않았다’고 했으니 위증 혐의로 처벌받아 마땅하다. (한겨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