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정운찬 총리 용산방문이 생색내기는 아닌가?

녹색세상 2009. 10. 3. 22:51

범대위 ‘다행…총리실서 책임자 지정해야’

책임자 처벌ㆍ장례비부담ㆍ유족보상 등 난제 ‘수두룩’


3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정운찬 국무총리가 서울 한강로 용산참사 분향소를 방문, 사고 발생 250여 일째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인 용산참사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정 총리는 유족들에게 “책임을 통감한다.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혀 꽉 막혔던 양측의 대화 창구가 일단 열릴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문제 해결의 제시는 없었다. 중앙정부가 용산참사 해결에 직접적인 주체로 나서기는 힘들다는 말이 이를 증명한다.

 

▲ 정운찬 국무총리가 추석인 3일 오전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사진: 연합뉴스)

 

수사기록 3,000쪽 공개 문제에 대해서도 “검찰의 권한으로 알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그동안 유족들이 요구했던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 인정과 정부차원의 사과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운찬 총리는 앞으로 국무총리실과 유족 ‘용산 범대위’ 간에 상시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총리실에 담당자를 두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지난 1월20일 서울 용산 한강대로변 재개발 지역 건물에서 농성 중이던 철거민 5명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숨지자 유족들은 이후 정부의 사과와 경찰 책임자 처벌 등을 주장해왔다.


또 수억 원에 달하는 장례식장 비용을 포함해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과 재개발 지역 철거민 생계 보장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도 정부에 촉구해왔다. 그러나 보상 문제 등과 관련해 정부와 서울시는 유족과 재개발조합이 풀어야 할 민사(民事) 문제라고 했다.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8개월 넘게 흘렀으며 유가족은 사망자 장례도 치르지 않고 사고 건물 1층에 마련해 둔 분향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갈등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이어져 검찰이 철거민 20여 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해결책 없이 ‘믿어 달라’는 정운찬의 말을 믿을 수 있나?


경찰 측에 대해서는 아무도 기소하지 않자 범대위 측은 ‘검찰이 편파수사로 철거민을 탄압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범대위와 유족들은 의혹 해명을 위해 검찰 수사기록을 전면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검찰은 거부했다. 재판은 지난 5월부터 파행을 거듭했다. 이어 “총리가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약속을 꼭 지켜보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피해자 명예회복과 정부 사과 등이 이뤄져 이른 시일 내에 장례를 치를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방문에도 정부 측이 일부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들어 사태 진전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홍석만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총리는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기는 어렵다. 사태 해결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만 말했는데, 이는 기존 정부 입장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총리실에서 담당자를 정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용산참사 문제 해결’에 대해 묻자, ‘임명되면 바로 찾아가겠다’고 할 정도로 이명박 정권이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것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유족들이 재개발 정책의 전환과 임시상가 등 용산4구역 철거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청하자 “장기적으로 도시개발정책을 개정해 나가겠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직접 나서기는 어렵지만, 원만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믿어 달라”는 답만 했을 뿐이다. 책임없는 입에 발린 소리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