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나영이 성폭행범 이상한 징역형에 분노 폭발

녹색세상 2009. 10. 1. 00:37

‘사형시켜라’…인터넷 청원에 26만명 서명


여덟 살 여아를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입힌 이른바 ‘나영이 사건’ 범인의 형량이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으로 확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분노하는 목소리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들끓고 있다. 일명 ‘나영이 사건’은 작년 말 경기도 안산에서 조모(57)씨가 등교 중이던 여자 어린이를 인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목 졸라 기절시키고서 성폭행해 성기와 항문 등의 기능을 영구 상실케 한 참혹한 사건이다. 범인 조 모는 증거를 제시하는 형사에게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고, 재판 과정에서도 범행을 부인했다.

 


상당수 국민은 인면수심의 범인이 강력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최근 대법원에서 만취라 ‘심신취약 상태’라고 1심 재판부는 판결했다. 때문에 법원이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아동성폭행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형을 감해주는 게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가 12년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최대 형기 15년(가중시 22년 6개월)인 유기징역이 아니라 무기징역에서 감경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재판부가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씨는 범행 30분 후 귀가해 자신의 부인에게 “사고를 쳤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판단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법률 전문가들은 “증거인멸까지 시도한 가해자의 행위를 보면 과연 심신미약 상태였는지 의심스럽다.”며 “그동안 우리나라 법원이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해 주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설사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가 8세 아이이고 장애를 입는 등 피해 정도에 비추어 본다면 ‘징역 12년’은 적은 형량이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인 한 어느 교수는 “대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최대 15년(7년~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했다.

 

▲ 법률상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했으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 때문에 검찰이 피고인이 재범인 점 등을 고려해 항소를 했어야 함에도 포기한 것은 직무유기다. (사진:오마이뉴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형을 늘리는 것은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1심 판결이 나온 후 조씨를 기소한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고 피고인 조씨만 ‘형량이 높다’며 항소를 했기 때문이다. 법률상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했으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 때문에 검찰이 피고인이 재범인 점 등을 고려해 항소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이 피해 아동과 가족들이 당할 고통을 조금이라도 감안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명백한 직무유기다.


인터넷에서는 “죄질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이 내려진 것은 부당하다”며 범인 조씨를 더욱 가혹하게 처벌해 달라는 인터넷 청원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분노한 네티즌들의 동참 열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아동 성폭행은 살인행위! 법정최고형+피해보상까지 하라‘라는 내용의 인터넷 청원에 30일 오후 2시20분까지 26만3천여명이 서명했다. 25일 시작돼 2010년 3월31일 마감되는 이 청원은 50만명의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6일째인 이날 이미 절반을 훌쩍 넘길 정도로 네티즌의 반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명한 네티즌 ‘별님달님’은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성폭행범은 무조건 사형 또는 법정 최고형을 주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몽실언니’는 서명과 함께 “우리나라 강간 범죄 형량이 왜 이리 낮은지… 국회의원들이 각성해야 한다”라고 성토했다.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아동에게 성폭력을 휘두른 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며 무엇보다 검찰과 사법부의 인식 수준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시국사범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검찰이 성폭력범에는 너무 관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