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현대 회장보다 못한 이명박 정권의 대북 협상

녹색세상 2009. 8. 18. 00:25

 

현대 현정은 회장이 방북해 137일 동안 억류 중인 직원을 ‘강제추방’ 형태이긴 하지만 석방하도록 공을 들였다. 미국은 국경을 넘은 혐의로 억류 중인 기자 2명 석방을 위해 전 대통령이 방북할 정도로 극진한 노력을 했다. 손 놓고 마냥 기다리기만 한 이명박 정부와는 너무 비교된다. 요즘 통일부장관은 할 일이 없어 산하 기관 순시를 다니는 게 일과라고 할 정도로 대북 정책은 실종해 버렸다. 강경 일변도로 ‘까불면 너희들 그냥 안 둔다’는데 대화한다면 그야말로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대북 사업을 한 기업인이 성사시켰으니 체면 다 구긴 셈이다.

 

▲ 평양 방문을 마치고 귀환한 현정은 현대회장이 17일 오후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태형 기자)


이명박 정부는 속으로 반가워하면서도 마지못해 받는 시늉을 하는 것 같다. 정부의 정책의 일관성이 없고, 협상 능력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면 집으로 가는 게 맞다. 이 자리에서 현 회장은 이날 발표된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대와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간의 5개항 합의 외에 우리 정부에 전하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현 회장은 이날 경의선 출입사무소로 귀환한 뒤 ‘발표된 합의사항 외에 김정일 위원장이 별도로 제안하거나 요청한 것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발표한 것 외에는 다른 것은 없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오간 다른 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밝힐 사안이 아니다”며 즉답을 피해 갔다. 현 회장은 북한 방문 중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 및 비로봉 관광 개시, 금강산 관광 편의와 안전 보장 ▲육로통행 및 체류 관련 제한 해제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개시 ▲추석 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에 합의해 공동 보도문을 채택했다. 이를 통일부는 ‘민간 차원의 협력’이라며 애써 낮추어 표현할 정도로 인색하다. 현대라는 재벌이 계속 밑지는데 장사를 할 정도로 돈이 쌓여 있고, 한반도 통일에만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장기적으로 남기에 ‘계속 투자하겠다’는 게 사업 방침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현대 현정은 회장 집안의 친일 내력을 알기에 매우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북한이 아무리 민간 차원이라고 하지만 대화하고 협상을 했다. 그만큼 북한의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증거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말처럼 ‘북한의 탁월한 협상력’은 미국조차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기업 회장이 방북해 협상을 하는데 남쪽은 미국과 ‘북한 침략전쟁 훈련’을 할 정도로 이명박 정부의 외교력은 영점이다. 제발 천국이라도 좋으니 이명박 정권이 얼른 갔으면 좋겠다. (동영상: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