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너무나도 다른’ 미국 기자와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

녹색세상 2009. 8. 15. 15:42

 

137일간 억류되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가 풀려났다. 1년의 1/3이 넘는 시간 동안 온갖 상상과 불안에 몸부림쳤을 그를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 동안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자국민의 안전과 석방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휴가라고 잘 놀다 와서 객 적은 소리로 내 뱉은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이명박의 말 한 마디가 유일한 노력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조차도 유성진 씨를 염려해서라기보다는 미국의 여기자 석방을 위해 대통령의 사과와 거물 특사파견의 노력까지 마다하지 않는 모습에 당황한 나머지 한 마디 보탠 것에 지나지 않는다.

 

▲ 137일 동안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가 13일 석방돼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에 도착, 취재진 앞에 서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정부의 대북 라인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유일하게 남은 것이 개성공단 출입을 위한 군통신망 하나이다. 이 것 하나로 대북관련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남북관계를 유지하면서 일만 벌어지면 그저 가만히 앉아서 눈만 껌뻑이며 북한의 선처를 바라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통일부 장관은 청사 내에서 할 일이 없어져서 통일부 관련 단체 시찰이나 하는 한가한 바깥나들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관계는 당당함이 있을 때만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이는 남북 관계에서 이미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이미 남북관계에서 당당함을 잃어 버렸다. 어떤 정책도 현실에 적용되기 보다는 접대용 발언 수준에서 끝나고 만다. 햇볕정책을 폐기하고 ‘6.15와 10.4 공동선언’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민족 두 주체 간에 긴 세월에 걸쳐 쌓은 신뢰와 그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선언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이상 어떤 정당성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보수 단체와 북한을 오가는 말 뿐인 정책으로 북한을 자극하고 지금까지 열렸던 화해와 공존이라는 대 전제를 쓰레기통에 내다버렸다.


그리고 다시 냉전과 대결이라는 20년 전의 대북정책을 보란 듯이 펼쳤지만, 이 시대에 맞지 않은 옷이라선지  제대로 걸쳐 보지도 못한 채 눈치만 보며 끌려 다니고 있는 처지가 된 것이다. 미국의 두 여기자 석방과 유성진 씨의 석방 장면을 보면 너무도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 보인다. 두 여기자는 클린턴과 함께 여유 있게 화면에 잡혔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터뷰도 하고 가족과의 감격적인 해우도 하는 장면에 감동이 실려 있었다. 한편 유씨는 여전히 경직된 얼굴로 짧은 포토타임과 ‘기쁘다’는 인사말 정도가 고작이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검은 옷의 정보기관 사람들로 화면이 채워져 있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자연스런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남북관계가 얼마나 비정상적이면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기업인의 도움에 의해 해결점을 찾아가야 하는지 한 번쯤 반성해 봐야 하는 데, 그럴만한 머리가 되는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현정은 회장의 북한 일정이 또 다시 하루 연장되었다고 한다. 현정은 회장이 북한에서 김정일을 만나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 일게다. 하나는 현대 문제, 또 하나는 이명박 또는 정부의 생각을 친서든 말로든 전해야 하는 입장인거다. 현대 문제라면 그렇게 미루면서 남을 이유가 없다.


다시 갈수도 있고 의지만 있으면 실무선에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친서 문제라면 그냥 내려 올 수 없게 된다. 이명박과 정부는 똑똑히 봐라. 친서 한 번 전하기 더럽고 치사하지? 그게 지금 너희들의 처지고 한계다. 지금까지의 삽질은 여기서 멈추는 게 최선의 길이다. 이제라도 남북관계의 전향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와중에 기무사는 민간인 정치사찰을 하고 있었단다. 이명박 정부는 할 일 많아 좋겠다. 20년 전 군사독재시대의 망령을 그대로 되살리려니 얼마나 바쁠까 걱정이다. 독재자들의 공통점이 ‘쓸데없이 부지런하다’는 것인데 너무 닮았다. (블로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