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이상희 국방장관…‘여명의 황새울’ 작전에 무장병력 투입계획 사실’

녹색세상 2009. 7. 25. 18:00

 

이상희 현 국방장관이 지난 2006년 평택으로 미군기지 확장 이전에 반대하는 대추리 주민들과 학생들의 시위 당시, 총기로 무장한 군 병력을 투입해 진압하려 했다는 의혹이 재판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이 장관은 평택 대추리 주민과 시위대가 미군기지 이전 터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병력을 투입시켜 철조망을 설치하기 위한 ‘Y 지원 작전계획’을 입안했다. 당시 Y작전은 비무장 군인 3천 명이 투입됐지만 지난 80년 ‘5ㆍ18 광주항쟁’ 이후 처음으로 군이 민간인 진압에 투입된 일이었기 때문에 그 파장이 상당했다.

 

▲ 평택미군 기지 확장 반대를 하는 주민들과 민간인들을 상대로 ‘여명의 황새울’ 작전을 직접 세운 당시 합창의장이었던 이상희 국방장관. 비무장 민간인들을 무장병력으로 제압하는 작전계획을 세워 국방장관이 수정할 정도였다.


철조망 설치를 하기 전 비무장 민간인들을 상대로 ‘여명의 황새울’이란 군사작전을 실행하면서 수도군단 산하의 특공여단 병력과 헌병특경대 병력을 투입시켜 제압했다. 계엄이 아닌 상황에서 군 병력을 동원했으니 그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다. 이와 관련해 ‘신동아’는 2007년 10월호 ‘평택 미군기지 이전 Y작전 비화’를 통해 “4월 하순 이상희 당시 합참의장이 작전병력, 진입경로 등이 적힌 작전계획을 펼치며 윤광웅 장관에게 보고한 Y작전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로 ‘첫째 평택에 무장한 병력을 투입한다. 둘째 방어선을 넘어오면 진압한다’였다”고 보도했다.

 


신동아에 따르면 이 장관은 당시 ‘××분자들을 제압하고’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등 국방부 관계자들을 마저 긴장시켰다. 이어 “합참의장의 보고가 끝난 후 ‘합참의장이 큰일 날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국방부 일부 관계자들이 윤 장관에게 ‘비무장’을 건의했다”며 “결국 윤 장관의 지시로 Y작전 계획은 크게 수정됐다, 군인들은 비무장에 직접 현장에 투입됐고 결과는 성공적인 편이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지난 2008년 9월 해당 기사를 낸 ‘신동아’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니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 이 장관은 지난해 2월 27일 인사청문회 당시 무장군인 대추리 투입 작전 건의 의혹과 관련해 “무장병력을 동원하여 시위대를 제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군의 임무 자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그러한 계획을 세울 이유도 없습니다.”고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사진은 당시 인사청문회 속기록 중 해당 발언 부분. (오마이뉴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는 지난 22일 윤광웅 전 장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등을 종합해 ‘신동아’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고 판단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Y지원 계획’ 보고가 끝난 후 국방부의 주요 참모들이 회의를 열어 ‘총기와 실탄을 가져갈 경우 유사시 현장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국민을 상대로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장관에게 비무장을 건의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당시 원고가 국방장관에 보고한 내용 중에는 시위진압 병력에 총기를 휴대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문회에선 “그러한 계획 세울 이유 없다”며 부인하며 위증


법원의 이번 기각 결정이 굳어질 경우, 이 장관이 지난 2008년 2월 인사청문회 당시 대추리 진압 작전과 관련해 위증죄를 저질렀다는 논란까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지난해 2월 27일 인사청문회 당시 이근식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2월 25일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이상희 후보가 합참의장 재임시절에 미군기지 평택 이전과 관련해 가지고 시위대에 맞서서 무장병력을 투입하는 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무장병력을 동원하여 시위대를 제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군의 임무 자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그러한 계획을 세울 이유도 없습니다.”고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한겨레>는 이 장관의 인사청문회에 앞서 국방부 핵심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해당 의혹과 함께 이 장관의 자질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장관은 또 “한겨레신문에 이의를 제기한 적 있느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우선 제가 그것을 구체적으로 읽지 않아서 어떤 것인지 모르겠는데 군이 민간시위를 진압하기 위하여 무장을 동원한 군을 투입한다, 이것은 군의 기본임무조차 아니다.”며 “그것은 경찰의 임무이지 군의 임무가 아니다”고 오리발을 내 밀었다.


한편,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법률’ 14조에 따르면 “이 법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이나 감정을 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며 위증죄에 대한 처벌이 명시되어 있다. 신동아로부터 손해배상까지 당하게 생겼으니 ‘이상희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