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저열한 ‘정치적 상술’을 보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인 에이미트 박창규 회장이 배우 김민선 씨와 ‘피디수첩을 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처음 이 보도를 접했을 때 균형감각과 상식의 더듬이를 잃어버린 한 수입업자의 객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업상 평판과 명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인기 연예인과 실랑이를 벌여 얄팍한 상술을 해 보려는 천박하고 부도덕한 상술 아닐까 했습니다. 우려스럽게도 상황은 한 수입업자의 객기를 넘어섰습니다. 마치 정교하게 약속이나 한 듯이 공을 이어가듯, 거액의 고소에 이어 이명박 정권의 친위단체가 나서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인 박창규 씨는 배우 김민선 씨를 상대로 한 소송의 목적이 ‘버르장머리를 고치려 한다’고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언론을 통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아마 전 국민들을 상대로 “바른 말하는 버르장머리를 손보겠다”는 것은 저의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집권세력의 핵심 정치인이 차례대로 홍위병을 자처하며 ‘김민선 죽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권력 상층부까지 개입해 배우 김민선 씨의 명예살인에 나서는 지경입니다.
이쯤 되면 한 쇠고기 수입업자의 배후에 숨은, 집권세력이 국민의 군기를 잡겠다는 검은 노림수를 갖고 그 본보기로 김민선 씨를 괴롭히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개방에 대한 반대와 우려는 몇몇 사람들의 주장이 아닙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며, 사회 각계각층이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권력층과 기득권세력이 다른 사람도 아닌 평판과 명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배우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을 집어 고액의 소송을 걸고, 연이어 인신공격에 나서는 것은 매우 비겁하고 비열한 행위입니다.
그보다 더 위험천만한 일은 사익에 걸림돌이 된다면, 민주질서 유지를 위한 국민의 기본권 행사조차도 벌 줄 수 있다는 발상입니다. 민주주의는 총구와 군화발로만 짓밟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익 만능도 민주주의와 우리 공동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김민선 씨가 없는 위험을 지어낸 것도 아닙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인이든 개인이든 또는 공개된 곳이건 사적인 공간에서 든, 국민 건강과 생존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정권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의견개진은 그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민주질서 유지를 위해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권리입니다.
▲ 한미FTA협상 무효를 외치는 영화배우 김부선 씨, ‘우리들의 이야기를 우리 영화에 담고 싶다’고 주장하는 김부선 씨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며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사진:오마이뉴스)
오늘 김민선 소송이 정당화된다면 내일엔 무슨 일이?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로 인해 지켜지는 민주주의 아래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 덕에 장사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것입니다. 민주사회의 유지, 국민의 생존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고, 비판할 수 있는 권리는 쇠고기 수입업체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취할 권리보다 더 높은 수준의 권리입니다. 만약 오늘 김민선 씨에 대한 소송과 마녀사냥이 정당화 된다면, 내일은 거대한 토건재벌이 4대강 사업이나 한반도 대운하를 저지하고자 하는 더 많은 국민에게 천문학적인 소송폭탄을 때릴 것입니다.
특히 무능과 실패가 너무 많은 정권으로선 이 같은 방식이 매우 편리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손에 피 묻히지 않고 홍위병을 동원해 소송 걸고 비난하면서 매장시키면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만큼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의 미래는 암담할 것입니다. 정권과 기득권세력은 이미 이런 방식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 쌍용차 노동자 탄압, 용산참사에서 명백히 드러났듯, 재벌, 땅 부자, 기득권의 밥그릇 지키기를 공익으로 둔갑시켜 국민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짓밟았습니다. 급기야 김민선 씨가 당한 노골적 사례처럼 민주질서를 위한 국민의 당연한 기본권을 사익을 기준으로 짓밟고 벌주려 하고 있습니다.
번지수를 제대로 찾기 바란다.
이 모두는 돈과 권력을 쥔 사람들의 사익을 위해 우리 민주주의를 허물어 보겠다는 저열한 정권의 정치적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과 기득권의 압도적 힘으로 잡음과 갈등을 극단적으로 키우고, 이를 이용해 민주주의와 국민을 억누르고 길들이겠다는 것입니다. 정권이 원하는 것이 정치적 반대자를 억누르는 것이라면 번지수를 제대로 찾기 바랍니다. 한 수입업자의 배후에 숨어 의로운 젊은 배우의 미니홈피나 뒤지고 악성 댓글이나 다는 것이 집권세력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공개된 언론과 대로에서 확성기로 말한 사람을 제대로 지목하기 바랍니다.
이제 그만 김민선 씨를 괴롭히기 바랍니다. 마녀사냥을 중지하기 바랍니다. 언론과 권력에 매우 약한 배우를 상대로 이명박정권이 해대는 마녀사냥은 비열하기 그지없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김민선 씨에게 ‘지적 수준’을 들먹이자 동료 배우 정진영 씨가 ‘지적수준의 근거를 대라’며 공박을 하자 ‘오해가 있었다’며 바로 꼬리 내리는 변희재의 치사한 짓 대신 당당하게 공개된 장소에서 지적 수준을 겨루는 게 정치인이 할 덕목입니다. 희생양을 찾고 있다면 ‘한미FTA’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모든 것을 걸고 반대하는 진짜 공인 심상정이 기꺼이 당신들의 마녀가 되겠습니다. (진보신당 심상정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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