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정권 최고의 업적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 중심으로 단결하고, 야4당과 단합하고 모든 민주시민사회와 연합해 반드시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의 위기 극복을 위해 승리하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국민장이냐 국장이냐를 두고 설왕설래 할 때 ‘정부와 모든 창구는 박지원’이라며 교통정리를 하셨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뢰가 동교동계의 누구보다 깊다고 하더군요. 망명 시절의 각별한 인연이 있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정치 입문이 늦음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님을 누구나 압니다.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청문회에서 아주 치밀한 질문을 던져 당혹스럽게 만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중요한 사람을 만나러 갈 때는 누구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 갈 정도로 치밀하시다고 들었습니다.
▲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왼쪽)가 21일 국회에 차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에 조문한 뒤,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이희호 씨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사진:국장 장의위원회)
천성관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장면을 보고 바로 사무실로 전화를 해 ‘치밀한 준비에 대구에서 박수를 보내드린다’고 했습니다. 저 정도 준비 하려면 최소한 ‘어지간한 기관에 인맥이 없이는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김대중 정권이 업적 중 가장 잘 한 것을 꼽으라면 ‘6.15회담’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최초로 남북 정상 회담을 성사시켜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집요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비롯한 금강산관광 사업은 서로의 앙금을 트는 초속이라 믿습니다. 이 회담을 위해 박지원 의원을 보낼 정도였으니 보통 신임이 아니었으며, 박 의원님의 노고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그 때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이에게 “대통령 할아버지 왜 북한 갔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친구하자(사이좋게 지내자)고요”라며 그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단 한 마디로 정리하더군요. 어린 자식의 그 말에 “그래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원수로 살았지만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말을 건넸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역시 나이가 적을수록 머리는 말랑말랑하고 모든 사물을 맑고 순수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으니 비록 친미보수정치인이긴 하지만 고마운 일이지요. “밥도 제대로 못 먹는 북한의 친구들을 생각하자”며 곧 만날 날이 온다는 희망을 어린 제 자식이 갖게 해 주셨으니까요.
무엇보다 김 전 대통령 조문을 계기로 북한의 특사가 청와대를 방문하고 돌아갔으니 막힌 남북대화의 실마리가 풀릴 계기가 마련되어 기쁩니다. 박 의원님의 노고가 많았다고 지인을 통해 들었습니다. 박지원 의원께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내게 하신 말씀으로 김 전 대통령의 유언” 중 하나라며 ‘민주개혁세력의 단결을 호소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치 ‘유훈통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었다면 제 수양이 부족한 탓일까요? 김대중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어른의 뜻’을 들먹이니 ‘옛 정치인’들의 넋두리라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하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는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조문특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특사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해묵은 ‘민주대연합’ 거론보다 먼저 잘못에 대한 고백부터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은 당분간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며 김 전 대통령의 유지인 민주개혁세력 화합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두 전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해 ‘반 이명박’ 정국을 ‘민주대연합 분위기’로 끌고 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임을 분명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박지원 의원님, 그러려면 최소한 민주당 집권 시절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성과 고백부터 하는 게 예의 아닌가요? 특히 노동자 농민 등 반민중적인 정책과 경찰이 휘두른 폭력에 대해 고해성사부터 해야 합니다. 아무리 외환위기로 국가 부도 사태 청산 과정이라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 몰렸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싸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계엄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병력을 동원해 폭력을 휘두른 ‘여명의 황새울’ 작전을 벌였습니다. 여성운동을 한 한명숙 국무총리 조차 바로 서명을 했기에 평택 대추리에 ‘여명의 황새울’은 광주 민중학살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군대가 민간인을 상대로 한 작전이 강행되었음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 잘난 386의장님들을 비롯한 역전의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불법에 대해 제대로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아 ‘가제는 게 편’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지율이란 한 수도자가 생명을 걸고 ‘단식 100일’을 넘기자 겨우 대화에 응할 정도로 노무현 정권은 악독하고 오만했습니다.
이랜드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경찰병력을 동원해 진압한 것은 ‘노사합의’라는 ‘노동 정책의 기본’을 정부 스스로 깬 것이지요. 특히 산재 관련법을 개악해 치료를 더 해야 하는 환자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습니다. 그로 인해 산재환자들의 자살이 급증하는데 한 마디 사죄도 없이 ‘민주개혁’ 운운하는 것은 민중에 대한 사기요 기만 아닌가요? 엄밀히 말해 광우병위험 쇠고기는 노무현 정권이 총력을 다해 밀어붙인 ‘한미FTA협상’의 결과물이지 이명박 정권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 아는 사실이지요.
이명박 독재 정권에 대한 치열한 투쟁만이 민중이 살 길
저는 누구보다 이명박 정권이 하루빨리 망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기본권조차 억압하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경찰이 길 바닥에 패대기치는 정권은 처음 보는지라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ㆍ농민을 죽이고도 책임자 처벌조차 하지 않은 민주당 정권에게 희망을 걸 수는 없는 일이지요. 김대중ㆍ노무현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지 않으면 우리 역사의 발전은 결코 불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민주당은 물론이려니와 그 어떤 진보정당이라 할지라도 집권을 들먹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지원 의원님, 저는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마지막 40대이면서도 촛불은 집어 치우고 ‘권력과 자본에 대한 저항의 수위가 국제화 되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어쩌면 우둔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지요. 그렇지만 의정 활동을 저렇게 치밀하게 준비하는 보수 정당의 나이 든 국회의원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민주당이 통합하던 말든 남의 집 일이라 제가 뭐라 하는 것은 주제 넘는 간섭이기에 가만히 있겠지만 ‘반MB전선’을 빌미로 ‘민주대연합’으로 국면을 몰고 가지 말아 달라는 부탁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저는 히틀러 나찌집단에게 치열하게 저항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를 기억합니다. “이 광란의 전쟁을 멈추려면 악의 축인 히틀러를 도려내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히틀러 암살에 가담을 했지요. 비밀경찰에 붙잡혀 법정에 선 그에게 “당신이 목사로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느냐”는 재판장의 말에 “지금 한 미치광이가 대형트럭을 몰고 대로를 질주하고 있다. 내가 목사로서 죽은 사람들의 시신이나 거두어 장례를 치르는 게 아니라 그 미치광이를 차에서 끌어내려 제 자리에 갖다 놓는 게 할 일이다.”며 법정 최후진술을 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온 몸을 다해 실천한 아름다운 사람이지요. 지금이야 말로 그런 실천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낮에는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감기를 앓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정부의 대책없는 의료정책으로 신종인플루엔자 환자가 급증해 학교가 휴교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두 번의 큰 초상을 치르느라 심신이 많이 지쳐 있을 텐데 건강에 유의해 좋은 의정활동 보여 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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