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주권운동

최상재 위원장 체포로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을 막을 수 없다.

녹색세상 2009. 7. 29. 11:44

 

27일 오전 7시 30분경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이 자택에서 체포됐다. 최 위원장이 ‘도주하지 않고 따라가겠다’고 밝혔는데도, 옷을 제대로 차려입을 여유조차 주지 않고 아내와 어린 딸, 마을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슬리퍼 차림의 최 위원장을 강제로 끌고 갔다. 신원이 확실하고 도주 우려가 없는 언론노동조합의 대표를 이런 식으로 끌고 가도 되는지, 어린 자식들에 보는 앞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 당한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한지 이명박 정권과 경찰에게 묻는다. 전두환ㆍ노태우 군사독재 정권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총파업으로 인한 MBC에 대한 업무방해, 야간 문화제를 빙자한 집회, 국회 진입’ 등의 혐의로 최 위원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 경찰이 27일 오전 7시30분께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 앞에 도착한 최상재 위원장을 연행하고 있다. 최 위원장의 딸이 찍은 사진이다.


경찰이 최 위원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많다. 우선 언론노조 측에 따르면 경찰이 총파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22일과 23일 하루 간격으로 두 차례 출석 요구서를 보내왔고, 이에 최 위원장이 출석 의사를 밝히며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또한 최 위원장은 이전 1차, 2차 총파업 이후에도 경찰의 소환에 성실히 응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고, 공개된 집회를 개최했다는 점에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었다. 최 위원장이 출석 의사를 밝히는 등 충분히 소환조사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기습적인 체포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이루어졌다. 가히 ‘인면수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체포영장 발부와 체포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가 이뤄진 시점은 25일(토)이었는데, 경찰이 보낸 두 번째 출석 요구서에서는 25일 오후 2시까지 소환을 통보한 날이었다. 소환 날짜에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경찰은 ‘업무방해’나 ‘건물 침입죄’와 관련해 문화방송과 국회 측의 고발이 없었음에도 최 위원장을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이 최 위원장을 기습 체포함으로써 노리는 효과는 야당과 전국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에게 번지고 있는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을 무력화시키려는 술책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과 경찰의 판단은 오산이었다. 최상재 위원장 체포를 계기로 ‘언론악법 원천무효’와 정부·여당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더욱더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겨레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1%가 한나라당의 언론법 날치기 강행 처리를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법안 통과가 무효라는 의견은 61.5%나 됐다. 법안 내용에도 국민의 66.8%가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5월30일 조사 때의 61.4%보다 5%포인트 이상 늘어난 결과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경찰의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체포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악법 폐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이는 정부ㆍ여당이 주장하는 미디어산업 육성과 방송 3사의 공중파 독과점 해소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며, 더욱 심각한 것은 언론관련법의 절차와 내용에 대한 반대가 나이ㆍ직업ㆍ지역에 관계없이 골고루 나타난 점이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은 대구경북지역에서도 ‘한나라당 언론법안 처리’는 ‘잘못한 일’ 63.5%, ‘처리된 언론법 개정 내용’에 ‘반대’가 58.9%로 드러났다. 향후 정부ㆍ여당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것이 민심이다. 한나라당 아성인 대구경북에서도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


이명박 정권은 최 위원장 체포로 언론악법 투쟁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은 언론노동자들과 민주주의를 바라는 이 나라 모든 국민들이 함께 하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해야 할 일은 최 위원장을 잡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언론악법 날치기  강행 처리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이 법을 폐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뜻이고, 민심이다. 언론악법을 고집하며, 민심을 외면하며 눈과 귀를 닫은 채 1% 부자들만의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여당은 조만간  더 큰 국민적 저항과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우리들은 한나라당이 말하는 ‘마음의 고향’ 대구경북에서, ‘민주주의 후퇴’와 ‘MB독재’를 우려하는 모든 국민, 야당,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힘을 다해 최 위원장 석방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언론악법 원천무효 투쟁을 끝까지 전개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조차 당신들을 거부하는 민심을 당신들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르고 있다면 조용히 사라지는 게 국민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유일한 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머슴이 상전 노릇하다가는 큰 코 다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국민을 이긴 권력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