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주권운동

MBC 압수수색 시도…검찰과 노동조합 팽팽한 대치

녹색세상 2009. 4. 8. 14:53
 

검찰 ‘정당한 법집행’  MBC노조 ‘방송 장악 저지’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 서울중앙지검이 MBC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한 8일 MBC 본사 정문 앞에서는 압수수색을 집행하려는 수사관들과 이들의 진입을 저지하려는 노조원들이 한 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섰다. 검사 2명과 수사관 15명으로 구성된 영장 집행팀이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께. 그러나 검찰의 압수수색 집행 소식을 미리 전해들은 MBC 노조원 100여명은 이미 오전 9시10분께부터 본사 정문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노조원들이 수사진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자 검찰은 세 줄로 진형을 갖춘 상태에서 정면으로 마주했고, 불과 2m 남짓한 거리를 사이에 둔 두 진영 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 8일 오전 MBC 광우병 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검찰이 MBC 노조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MBC 노조)


30여분 뒤 검찰의 선두에 선 박길배 검사가 박병주 MBC 총무부장에게 압수수색 및 체포영장을 보여주며 협조를 요청하자 노조원들은 “PD수첩 탄압 즉각 중단하. 방송장악 저지, 공영방송 사수”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박 검사는 노조원들에게 “법원이 발부한 체포ㆍ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법과 원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언론인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며 법 집행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후에도 지루한 대치국면이 이어지자 박 검사는 엄기영 MBC 대표이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를 구하기도 했으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함께 온 검사가 “개인의 인격권과 재산권도 언론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실에 근거한 보도라고 주장한다면 당당히 검찰 조사에 응해 달라.”고 하자 노조원들은 “청와대부터 압수수색하라”는 등의 말과 함께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검찰은 결국 1시간여 뒤인 오전 11시10분께 철수를 결정하고 승용차와 승합차 등에 나눠 타고 현장을 떠났다.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은 “오늘 압수수색은 합법적인 법 집행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검찰의 어떤 강제 수사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이 언론에 재갈을 물려 통제하려는 시도에 검찰이 알아서 기는 주구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검찰의 법 집행이 신뢰를 얻으려면 다른 사건에도 같은 방식으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권력의 눈치나 보면서 상전의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편파적으로 수사를 하는 한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래저래 검찰은 정권의 주구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동영상:미디어몽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