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주권운동

MBC PD수첩 제작진 구속…명백한 언론탄압

녹색세상 2009. 3. 27. 20:34
 

이명박 정권 보도지침 부활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은 체포한다.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수사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약혼자의 가택까지 수사한다. 이번 ‘PD수첩’ 사태를 보면서 불쑥 떠오른 것은 군부독재 시대의 보도지침이다. 언론의 자유는 적극적인 민주정치를 구성하는 원리로서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것을 포기하거나 탄압한다면 곧 민주주의를 포기하거나 탄압하는 것과 같다. 마치 군사작전처럼 실시된 MBC 피디 체포 및 제작진에 대한 전면 수사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 탄압이 군부독재의 수준으로 노골화되었음을 알려준다. 특히 국민의 식품 안전 문제에 대한 공익 보도를 두고 언론인을 체포한 것은 군사정권 시대에도 없던 일로 필경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 검찰이 25일 밤 마포대교 부근에서 MBC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을 보도했던 이춘근 PD를 체포한 가운데, 26일 오전 여의도 본사 로비에서 열린 노조 비상총회에서 이날 아침 수갑을 찬 이춘근PD가 검찰조사를 위해 서초경찰서에서 끌려가오는 장면을 공개했다. (TV모니터 촬영)

 

이명박 정권은 ‘언론악법’ 추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낙하산 인사, 기자 해직, KBS 사장 축출, 보복 인사 조치 등의 언론 장악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왔다. 급기야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체포하더니 곧장 MBC ‘PD수첩’ 초토화 작전에 돌입했다. 이렇듯 이명박 정권은 우리 국민이 지난 60년 동안 피 흘리며 쌓아온 민주의 성채를 단기간에 허물고 있다. ‘PD수첩’은 지난해 촛불정국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관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촛불 시위로 인해 우리 국민은 광우병의 위험을 인식하게 되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미국과 추가협상을 벌여 30개월 이상 소와 특정 위험 부위를 들여오지 않기로 한 것은 촛불시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처음 이 대통령은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면 먹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대통령의 완강한 태도를 전향적으로 변화시킨 것이 촛불시위였고 바로 ‘PD수첩’이 그 효시 역할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 검찰에게 민주주의는 사치


검찰 말대로 ‘PD수첩’이 방영한 프로그램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내용 중에 다소의 과장과 오역이 있었다고 치자. 국민 식탁의 위험을 알리는 공익적 목적이 다소의 과장과 오역보다 더 협소한 일인가? 더욱이 미국산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더 많은 오역 실수를 범했다. 게다가 MBC는 방송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사과했다. 최근 오바마는 ‘다우너소’의 도축 및 유통을 금지시켰다. 다우너소가 광우병의 위험 요소를 다분히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PD수첩’의 방송 내용은 노무현 정부 시절 조선ㆍ동아가 제기한 광우병의 위험을 다우너소를 중심으로 풀어준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진 전원을 체포·수사하려는 것은 MBC를 말 그대로 ‘다우너 방송’으로 주저앉히겠다는 저의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고 촛불에 대한 복수심이 발동한 나머지 자충수를 두는 것이라고밖에 보기 힘들다.

 

▲ 검찰이 25일 밤 마포대교 부근에서 MBC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을 보도했던 이춘근 PD를 체포한 가운데, 검찰 체포 대상인 김보슬 PD가 26일 오전 여의도 본사 로비에서 열린 노조 비상총회에서 이춘근PD가 경찰에 끌려나오는 장면을 이야기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작년 검찰은 ‘PD수첩’에 대한 수사를 충분히 진행했다. 검찰은 당시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정책관 등의 <PD수첩>에 대한 수사 의뢰 및 명예훼손 고소가 있은 후 5명의 검사 수사팀을 만들어 6개월 동안이나 수사했다. 검찰은 “PD수첩이 오역을 하긴 했지만 공적 사안을 다룬 보도이고, 명예훼손 피해가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제작진을 체포ㆍ압수 수색하는 것은 수사권의 남용”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사건을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임수빈 형사2부장검사가 갑자기 사표를 냈다. 이것은 검찰 상층부와 빚은 갈등 때문이었다. 검찰 상층부는 임수빈 검사에게 ‘PD수첩’에 대한 강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임수빈 검사는 “PD수첩 내용이 정부 비판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기소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상층부의 이러한 의지에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심을 해 보기에 충분하다.


결국 전현준 부장검사 지휘의 새 수사팀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의 이메일과 전화통화 내역을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제작진에 대한 소환 통보를 했고, 소환 시일인 25일을 넘기자마자 소환에 불응했다며 즉각 체포와 압수수색에 돌입한 것이다. 검찰은 제작진에게 취재 원본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검찰의 직무 권한을 넘는 요구이다.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취재 원본을 보겠다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언론 탄압이다. 또한 이것은 ‘PD 수첩’ 처지에서는 반드시 지켜주어야 할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요구나 마찬가지이다.


반면 검찰은 작년 7월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개 농민단체가 “농식품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고시를 하면서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정한 위험 분석을 하지 않았다.”며 정운천 전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는 유야무야 넘어갔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 국민들은 한국 검찰의 실체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국 검찰에 민주주의는 사치다. 그들은 상명하복에 길들여진 권력 하수인 집단에 불과하다. 그들은 지난 정권 때 비교적 민주적인 대통령에게는 호기 어린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렇지 않은 권력자가 들어서자 순식간에 ‘검찰본색’의 본색인 권력의 주구임을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그들은 무수히 ‘권력의 시녀’니 하는 말을 들어오고 있다. 박정희ㆍ전두환 군부독재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무리한 언론 탄압 행위를 자행할 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론자유가 뭔지도 모르며, 민주주의는 더더욱 모르는 집단이다. 역사의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집단이 아니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짓거리를 마구 자행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빼앗기 위해 국민과 싸워 이긴 권력이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임을 모르는 참으로 멍청한 집단이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