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천성관 낙마 ‘옷 벗은 검사들 어쩌나’…검찰과 이명박 정권의 자승자박

녹색세상 2009. 7. 15. 14:45

“천성관 되는 줄 알고 인재들 나갔는데 이게 뭐냐”는 검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만에 낙마하면서 검찰은 공황상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임채진 전 총장이 물러났던 검찰은 한 달도 채 안 돼 후보자까지 사퇴하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가히 집단 공황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수를 파괴한 천 후보자 발탁 당시 ‘조직을 위해’ 줄줄이 사퇴해야 했던 천 후보자 선배와 동기들에 대한 동정론로 퍼지고 부실 검증시스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새 나오는 상황이다. 김경한 법무장관은 검찰조직을 다독이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총장-차장-중수부장 부재 상황이 길어질 경우 아래로부터의 쇄신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정권에는 부담이 될수 밖에 없다.

 

 

천 후보자는 15일 돌연 휴가를 내고 원근무지인 서울중앙지검장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번 인사정국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인물들은 천 후보자의 선배와 동기 기수인 사법연수원 10~12기. 총장이 정해지면 선배와 동기들은 퇴임하는 게 관행에 따라 한 달 새 고검장급 8명과 검사장급 3명 등 11명의 간부가 한꺼번에 물러났다. 천 후보자도 내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 분들 나름대로 철학이 있고 조직을 워낙 사랑하니까 거기에 맞춰 그분들이 결론을 내지 않을까 한다.”는 발언으로 사퇴를 은연 중에 종용했기 때문에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천성관 내정과 낙마’ 파동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다.

 

 

옷을 벗을 필요가 없었던 수뇌부들이 유탄을 맞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명되더라도 물러난 검찰 간부들이 다시 검찰로 돌아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한 부장검사는 “조직을 위해 사퇴했으나 결국 유능한 간부가 너무 많이 한꺼번에 물러난 결과만 낳았다.”며 “검찰 내 인적 공백은 상당기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인사 밑그림은 원점부터 다시 그려야 되는 실정이다. 물러난 천후보자의 선배 기수나 동기들이 다시 총장후보군에 속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마저 빚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천 후보자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검찰 조직만 뿌리째 뒤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람 잃고 망신만 당했다는 것이다.


서거정국 2차 후폭풍 검찰 강타


검찰은 사상 초유의 수뇌부 공백 속에서 한동안 조직 혼선은 불가피하다. 현재 총장과 차장 모두 공석. 검찰 서열상 한명관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총장을 대행하고 있지만 졸지에 수뇌부가 텅텅 비면서 검찰조직에 적지 않은 내홍이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이어 총장 후보의 낙마로 검찰이 2차 후폭풍에 시달리는 가운데,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해야 할 지 걱정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조직이 흔들리면서 향후 추스리기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새 후보자 지명이 이뤄지더라도 청문회 등 검증 절차를 거쳐야해, 검찰이 조직을 정비하기까지 짧게는 한 달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또 수뇌부 후속인사로 인해 2~3달 동안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은 서울중앙지검 차장으로 용산학살 수사 결과를 ‘경찰의 잘못이 없었다’고 발표한 정병두 검사.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지난 14일 천 후보자가 사의를 표한 직후 전국 검찰청에 수뇌부 공백 사태와 관련해 특별 지시를 내렸다. 김 장관은 “대검 및 일부 고ㆍ지검의 수뇌부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졌으므로 각 검찰청 직무 대행자를 중심으로 단결해 검찰 본연의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또 전국 검사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어려운 시기일수록 공정하고 일관된 검찰권을 행사하라고 당부했다. 뒤지면 뒤질수록 비리가 속출하는 자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이명박 정권이 후 폭풍을 맞아 마땅하다.


애당초 천성관은 검찰총장 임명장이 아니라 ‘구속 영장’을 받아야 할 자 임이 드러났으니 그런 비리백화점을 두둔한 검찰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용삼참사 재판과 관련해 법원이 ‘나머지 수사 기록을 공개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공개하지 않은 검찰을 신뢰할 국민은 없다. 꿀리는 게 없다면 당당히 공개해 공정하게 재판에 임하는 게 기소권자인 검찰의 기본 의무다. 기본적인 법 질서 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준법’을 말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처사다. 최소한의 상식부터 지켜야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