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대테러훈련서 ‘용산학살’ 재연한 정신 못 차린 경찰

녹색세상 2009. 7. 2. 23:06

경찰 ‘유사상황 발생 시 신속 대응 위해 훈련실시’

범대위 ‘같은 상황에 과잉진압 정당성 만드는 꼴’


경찰이 대테러종합훈련에서 용산참사 당시의 상황을 연상시키는 진압훈련을 실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경찰특공대는 2일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서울 서초구 방배2동 남태령 고개 부근의 서울경찰특공대 훈련장에서 국가 중요시설 등에 테러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응하는 종합전술훈련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주상용 서울경철청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문제가 됐던 부분은 건물 점거농성 진압작전 훈련이었다. 훈련 상황이 지난 1월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희생된 ‘용산참사’ 현장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특공대는 용사참사 당시처럼 가상의 건물에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 중인 시위대를 진압하는 시범을 보였다. 진압시범도 당시의 모습과 흡사했다. 이날 훈련은 항공기ㆍ건물ㆍ차량 진입ㆍ폭발물 처리와 저격ㆍ종합무술 시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지만, 훈련 중간에 용산 참사를 복습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일부 참석자들조차 눈을 찌푸리게 했다. 경찰은 이날 훈련용 건물 위에 망루를 세워 놓고 용산 참사 때처럼 컨테이너를 통해 망루에 접근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경찰은 망루 외벽에 빨간 글씨로 ‘생존권 보장’ 등의 글씨를 써 놓는가 하면, ‘투쟁’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자 철거민 역할을 맡은 경찰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각목을 들고 특공대에 격렬히 저항하다 진압됐다.

 

 

가상의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를 기중기를 통해 건물 옥상으로 끌어올려 특공대를 투입시키는 장면이 펼쳐졌다. 또 살수차로 시위대를 진압하는 시범도 보였다. 이날 벌어진 대테러종합훈련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나 국가중요시설 등에 대한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실시됐다. 북한의 도발을 경찰특공대 병력으로 막는다는 것도 정말 웃기는 이야기다. 이 같은 취지로 봤을 때 경찰이 용산참사를 대테러로 규정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특공대 관계자는 “철거민과 관련된 훈련은 90분에 걸친 전체 훈련 가운데 3~4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용산참사를 염두에 둔 상황을 재연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유사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훈련을 실시한 것이지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말했는데 누가 이 말을 믿을지 의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국민대책위)는 유사상황 발생 시 경찰이 또다시 특공대를 투입해 과잉진압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는 “도심 철거민들의 생존권 문제로 시작된 용산참사를 대테러로 보는 시각은 과잉진압의 정당성을 경찰이 만든 것”이라며 “또 다시 유사상황 발생 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진압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본 임무는 무시한 채 권력의 입맛에 따라 국민을 대상으로 살인진압을 다시 하겠다는 것을 드러낸 명백한 증거다. 철거민들을 테러리스트로 보는 경찰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참으로 걱정이다. (한겨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