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신혼의 단꿈마저 부순 경찰 ‘쌍용차 경찰력 투입’ 대책회의

녹색세상 2009. 7. 15. 00:21

 

경기지방경찰청이 14일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공권력 투입 대책회의를 갖는 등 강제해산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경기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지방청 5층 강당에서 조현오 청장 주재로 경정 이상 경비담당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쌍용차 노조의 옥쇄파업현장 경찰력 투입을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인원ㆍ장비ㆍ작전계획 등 경찰 병력 투입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경찰 내부의 판단이 아닌 윗선의 지시가 분명히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기청 홍보담당관 박형준 총경은 “대책회의는 경찰이 긴장감을 가지고 공권력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경찰 병력 투입은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도 있고 노조원 설득이나 여론, 안전대책 점검 등 필요한 절차를 갖춘 뒤 진행될 수 있는 등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날 오후 4시 강희락 경찰청장 주재로 쌍용차 관련 대책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조만간 경찰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용산참사처럼 병력을 투입한 진압을 시도할 경우 엄청난 희생이 우려된다는 것을 경찰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용산참사를 보고도 깨닫지 못하고 경찰 특수부대를 투입할 경우 뒷감당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알아야 한다.

 


쌍용차 사측도 평택공장에서 점거농성중인 노조원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단수, 가스공급 중단을 관계기관에 요청한데 이어 단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3일 천안 남서울대학에서 열린 쌍용차 협동회 임시총회에 참석한 사측 임원은 참석자들에게 브리핑을 통해 “현재 단전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리인은 자신의 임무가 끝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한시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쌍용자동차의 생사가 걸린 문제에 대해 마구잡이로 막말을 해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억장이 무너진다. ‘같이 살자’고 절규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는 이미 드러나 있다.


 

다음은 옥쇄 파업 중인 신혼의 쌍용자동차 노조원 아내가 보내는 글이다. 이 글을 퍼 가는 내가 눈물이 흐르는데 당사자들의 심정은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같이 읽고 그들의 아픔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어야 할 부부가 떨어져 옥쇄 파업 중인 남편을 걱정하며 보내는 편지에 눈물 아니 흘릴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이 부부의 단꿈을 파괴하려는 자들이야 말로 사탄이다.

 


사랑하는 나의 반쪽 ××씨에게.

올해는 참 여러 가지로 의미가 많은 해인 것 같아요. 죽을 때 까지 못 찾을 것 같았던 내 반쪽 당신을 만나 결혼을 했고, 또 몇 달 후면 우리 둘을 닮은 예쁜 아이가 우리 둘 품에 안기게 되잖아요. 그리고 또 지금은, 앞으로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경험을 또 한 가지하고 있으니까요. 한참 신혼생활을 즐기면서 알콩달콩 재미나게 지내도 모자란 시간인데, 이렇게 몇주째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주말에도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경험을 또 언제 해보겠어요.


도리어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 사랑을 더 단단하게 해준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 건가요? 신혼생활 몇 개월 만에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다보니, 원래도 눈물이 많은데, 처음 몇 주 동안은 주위 분들이 걱정해서 건네시는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어느 날은 평상시에 그냥 웃으며 넘기면 될 말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가 홀로 펑펑 울고 말았답니다. 마음 한편으론 몸고생 마음고생하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그냥 더럽고 치사하니깐 피하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했지만, 당신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고 배속에 있는 우리 사랑이를 위한 일이라고 ‘세상을 바꾸는 건 소수라고 그래서 꼭 이기고 싶다’는 당신의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가장 가까이 있는 나만큼은 꼭 당신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주고 싶어졌습니다. 당신 덕분에 노동가요란 것도 알게 되고, 투쟁이란 것도 해보게 되고, 처음엔 어색하고 낯이 설어서 그냥 박수정도만 치는 게 다였는데 이젠 자신 있게 노래도 따라 부르고 투쟁도 외치고 팔뚝질도 하고, 그렇다고 다른 가대위 언니들처럼 이것저것 나서서 할 수 있는 용기가 아직까지 있는 건 아니지만, 조그만 일이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다보니 최근 몇 주 사이에 난 조금 더 강한  사람이 된 듯 한 느낌이에요.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 다 각자 나름대로의 더 힘든 일들이 많으실 텐데도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함께 투쟁 해주시니 지금 하는 이 일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혼자 슬퍼하지 않아요. 그리고 슬퍼도 울지 않으려구요. 우린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거고, 기필코 정의가 승리해야 하니까, 그리고 또 꼭 이길 것이라고 믿어요. 난 신을 믿지 않지만, 만약 신이 있다면 그분도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정도는 아실 테니까요, 그죠? 짧지 않은 기간 당신도 조금은 두렵고 지칠 법도 한데 늘 괜찮다고만 하지 말고, 나한테만은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해 줄 꺼죠? 우린 죽을 때까지 늘 힘이 되고 의지가 되어야 하는 부부잖아요.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도 아무리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주물럭대는 세상이라도. 우린 죽을 때까지 늘 힘이 되고 의지가 되어야 하는 부부잖아요. 우리 하루 빨리 이 투쟁에서 승리해서 두 손 꼭 잡고 함께 공원도 걷고, 도시락 먹고 산부인과도 함께 가고 곧 태어날 우리 사랑이 발길질 하는 것도 같이 느껴보고, 우리 가족들 다 모여서 예전처럼 함께 해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함께 투쟁했던 분들 모두 모여 가까운 곳이라고 가서 즐겁게 놀다 와요. 전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일들에 대한 그리움이 유난히 커지는 하루입니다. 이 그리움이 현실이 되는 그 날을 기다리며.....

                                               2009년 7월 8일  당신의 반쪽 O O 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