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옥쇄 투쟁 중인 쌍용자동차에 모여드는 연대의 손길

녹색세상 2009. 6. 8. 19:44
 

‘이 망할 놈의 정리해고 통지서!’


쌍용자동차 한상균 지부장, 복기성 비정규지회 사무국장, 김남수 창원지회 지회장, 문기주 정비지회 지회장이 각각 나무 관을 메고 나타나자 조합원들은 정리해고 통지서를 구기고 찢어서 나무 관 속에 집어 던졌다. 해고통지서가 수북하게 쌓인 나무 관은 한 곳으로 모아져 '화형' 당했다. 조합원들과 가족, 연대단체 회원들은 불이 지펴진 곳을 향해 “일자리는 생명이다. 정리해고 박살내자”고 소리 질렀다. “제발 그냥 좀 함께 살자”는 절규도 터져 나왔다. 정부가 옥쇄파업 중인 쌍용자동차에 대한 공권력 투입시기를 재고 있는 가운데 6일 조합원들과 그 가족들, 각계각층 참가자 등 3000여 명은 평택 공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는 한편, 파업투쟁 승리를 결의했다.

 

 

쌍용차로 모여드는 연대의 손길…공장 내 천막농성 시작


8일 이후 쌍용자동차에 공권력이 투입될 수 있다는 소식에 쌍용차 노조에 대한 지지, 연대의 손길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도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비롯해 평택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에도 공장에서 잠을 자며 파업투쟁에 동참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온 몸을 던져서라도 정리해고를 막겠다.”며 아예 짐을 싸들고 내려와 이날부터 조합원들과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더 이상 정부와 교섭하지 않겠다”면서 “정부가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을 중단하지 않고, 박종태 열사, 용산 학살 등에 대해 책임자가 나서서 사과하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 정부를 퇴진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쌍용차 조합원들의 ‘단결투쟁’을 강조하며 “죽을 각오로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독려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 투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부도덕한 자본이 관에 눕는 게 아니라 여러분 중 누군가가 눕게 되고, 우리 아이들이 누울 수도 있다”며 “과거에도 노동자들이 죽을 각오로 싸우면 이기고, 나만 살겠다고 하면 다 죽었다. 단결투쟁하자”고 말했다. 한상균 지부장은 파업투쟁 기간 동안 조합원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 등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사측의 행태에 상처받은 조합원들을 걱정한 듯 “파업 투쟁 승리 하고 그동안 가슴을 열지 못해 깊이 패어진 단결의 골을 우리 손으로 메우자”고 호소했다.


쌍용자동차 파업 투쟁의 일등공신인 가족대책위도 무대에 올랐다. 이창근 기획부장의 아내 이자영 씨는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 투쟁이 정당함은 50개에 가까운 연대단위가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며 “만약 쌍용차 노동자들이 정규직만 살겠다고 하고 비정규직을 내쳤다면, 옥쇄파업을 벌이면서 공장의 주인이 바로 노동자임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가족대책위 천막에 이렇게 많은 아내와 아이들이 모여들지 않았다면 세상이 이토록 우리에게 관심 가져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내 형제들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된 쌍용차 가족들과 물 한통에 김밥 싸서 숲이 우거진 계곡에서 한가롭게 놀다 오는 날을 꿈꾼다.”면서 “어서 그 날이 와서 그동안 겪은 피로와 원망, 슬픔을 훌훌 털어내고 다시 내일을 열어갈 기운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전했다.

 

 

평택시민들 ‘대량 해고 절대 반대 


한편, 앞서 오후 4시에는 쌍용차지부와 가족대책위, 쌍용차 살리기 평택시민대책위가 평택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평택역까지 행진하며 대시민선전전을 벌였다. 평택시 비전동에 사는 손주환 씨는 ‘노동자들이야 무슨 잘못이 있느냐’면서 ‘정부가 중국에 쌍용차를 팔아넘겼으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수수방관하고 있으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노조에서도 나름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열심히 일하겠다는데 굳이 대량으로 해고를 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6년 간 쌍용차 협력업체에 근무하다 퇴사하고 평택시내에 치킨집을 차린 김용무(가명)씨는 “내 학교 선배, 후배 200명이 공장에 있다”며 “힘이 돼 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다 잘리면 평택지역 경제도 다 죽을 수밖에 없다”며 “평택시민들에게 쌍용차는 희망이다. 구조조정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리한 경찰력 투입은 자칫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음을 자본과 권력은 알아야 한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옥쇄투쟁’을 하는 것이기에 노동자들이 쉽사리 물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자의 곳간을 열어 ‘함께 살기’를 고민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민중의 소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