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아직도 ‘좌파 세력이 좌우’한다는 쌍용자동차 이유일 관리인에게

녹색세상 2009. 6. 3. 20:36
 

“쌍용차 직원이 아닌 외부 좌파 노동 세력에 의해 현재 상황이 좌우되고 있다.”며 “이들의 종용으로 주요 시설에 대한 폭발과 방화가 발생하고 우발적 분신이나 투신 등 인명 피해가 나온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이 말했다는 기사를 보고 분노를 금치 못하겠더군요. 정말 명박스러운 인간들이 한 둘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늘려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사를 걸고 싸우려는 노동자들에게 할 말이 겨우 이것 밖에 없는지 이유일이란 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사의 시계 바늘을 군사독재 정권시절로 되돌리려는 정신 나간 개망나니 같은 것들이 판을 치는 세상인지라 이유일이란 인간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 쌍용차의 이유일,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이날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8일 이후 합법적 수단을 통해 퇴거 명령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2600명 정리 해고를 놓고 갈등 중인 쌍용차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정리 해고 실시일인 불과 닷새 앞두고 노조와 회사가 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어떤 비극정인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초긴장의 상태입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가장들인 노동자들은 비장한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조는 시민ㆍ지역단체들이 각각 구성한 ‘대책위’를 지원군으로 얻었습니다. 반면 이미 직장 폐쇄 조치를 단행한 회사는 ‘경찰 병력 투입도 가능하다’며 공권력을 등에 업고 노조를 압박하는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라곤 조금도 볼 수 없는 천민자본의 작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단 쌍용차 측도 ‘대화는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오는 5일로 예정된 노ㆍ사ㆍ정 협의회에 성실하게 나서겠다고 했으나 문제는 회사의 ‘대화’란 게 노조를 설득하겠다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쌍용차는 ‘경찰 병력 투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혀 경찰력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자본의 용역임을 증명했습니다. 쌍용차의 이유일,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이날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8일 이후 합법적 수단을 통해 퇴거 명령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직장 폐쇄라는 법적 대항권을 활용해 현재 옥쇄 파업 중인 조합원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겠다는 말이죠.

 

 

또 쌍용차 측은 노조가 제안한 근무 체계 개편을 통한 임금 삭감 등의 방법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이라고 선을 그어 대화를 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노조가 주장하는 인건비 담보 대출과 무급휴무, 잡셰어링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구조 조정이 선결되어야만 회생 계획안이 승인이 난다”며 정리해고 외의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해 경기가 악화되면 해고 대신 노동 시간을 줄여 최소한의 생계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북서유럽 식의 공존 방식으로 나아가기에는 아직 멀기만한 우리 현실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김대중 정권이 외환위기 극복을 빌미로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시동을 걸고, 노무현 정권이 달렸다면 이명박 정권은 속력을 더 낸 것이니 누굴 탓할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좌파 노동 세력에 의해 상황이 좌우된다고 지껄이는 인간들이 하나 둘 늘어나 이젠 아예 고개를 쳐들고 다닙니다. 제발 세상 돌아가는 것 제대로 보고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라는 충고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적응 못하는 낙오자가 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게 없으니까 말이죠. 생존의 문제를 걸고 ‘옥쇄투쟁’을 하다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헛소리나 지껄여 대니 대화가 될리 만무하다는 걱정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