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자살자 37명이나 되는 나라에 우린 살고 있지만 생명은 참으로 끈질기고 강인합니다. 저도 한 때 자살을 고민하고 방 안에 상복을 걸어 놓고 지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바닥을 뚫고 이름 모를 풀은 솟아납니다. 그 풀을 보고 ‘저 두꺼운 것을 뚫고 풀도 사는데 나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제가 출석하는 교회 마당에는 각종 분재와 철 따라 피는 갖가지 화초가 있습니다. 식물의 이름이라곤 거의 모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으니 생명이 가져다주는 기쁨이요 즐거움이라 생각합니다. 도심의 삭막한 보도블록과 콘크리트 바닥 사이로도 피어하는 풀을 보면서 ‘그래도 우린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다져 먹곤 합니다.
화물운수 노동자인 박종태 님이 자신과 직접 관련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한통운의 실질적인 주주인 금호자본을 쳐다보면서 뒷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삶의 연륜이 짧고 세파에 시달려 보기 전에는 ‘죽을 용기로 살고 싸우자’며 하나 뿐인 목숨을 끊은 사람들에게 오만한 소리를 해대었습니다. 제가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보니 ‘살아 있는 게 고통’이라 ‘오죽하면 죽겠느냐’는 생각을 하면서 그들의 넋을 위로하곤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생명을 솟아나기에 우린 힘을 얻습니다. ‘질긴 놈이 이긴다’는 말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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