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달비골 천막에서 자고 싶어서 짐을 챙겨갔습니다. 필요한 물품을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짐이 제법 많아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앞산꼭지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을 찾아올 때 이젠 마음이 편하고 좋아 즐거운 마음으로 오가곤 합니다. 누군가 있는 흔적이 보여 반갑게 뛰어 갔더니 하외숙 꼭지가 청소를 하고 계셨습니다. 쓰레기가 제법 밀려 있었는데 치우느라 몇 시간 고생을 하셨는지 이마에 땀이 흥건하더군요. 한 겨울 ‘나무 위 농성’을 할 때 아래를 내려다보면 늘 무언가를 치우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퇴근 길에 들러 남자들이 빼 먹기 쉬운 것을 잘 치우시더군요.
▲ 하외숙 꼭지가 만들어 새로 단장한 서명대와 주변 장식, 누군가 낙서한 흔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정리하고 꾸미고 있으니 누가 끈질긴지 두고 볼 일입니다.
많은 앞산꼭지들이 부지런하고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깨끗하게 치우곤 하지만 늘 직접 몸을 움직이는 귀감이 되는 분이지요. 어떤 젊은 친구는 자기가 먹은 밥그릇조차 씻지 않고 가는 걸 수 없이 보곤 했는데 그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 버렸습니다. 아마 제가 몸을 담고 있는 당에서 그랬더라면 묵과하지 않았을 텐데 왠지 말을 꺼내는 것 조차 싫더군요. 저도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사무실 대청소도 하고 집안 정리를 하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치우는데 소홀할 때가 많아지더군요. 너무 깔끔해 ‘옷에 먼지 묻을까 겁난다.’는 소리를 듣던 인간이 왜 이리 게을러터졌는지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정비공장에 맡겨 놓은 차를 찾으러 3~40분 가량 걸어가야 한다며 임휴사 진입로 쪽으로 올라가는 뒷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군요. ‘사람은 뒤가 보기 좋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천막에 작은 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달려와 고치는 손태익 꼭지 역시 몸을 아끼지 않는 분이죠. 필요한 물품을 부탁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는 남 문 꼭지, 어느 것 하나 그냥 소홀히 하지 않고 꼼꼼히 점검하는 우충훈 꼭지, 남들이 보기에 지나칠 정도로 안전사고 대비를 하는 까칠한 윤희용(?) 등 누가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찾아하니 서로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낸다고 믿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존중해야 하는 게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더러 봅니다. 마구 우기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딱하기 그지없죠. 몰라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신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정직하지 못한 탓이라고 봅니다. ‘가장 완벽한 알리바이는 정직’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군요. 고생할 일 밖에 남아있지 않기에 셈에 밝은 자들은 얼씬도 하지 않지만 ‘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한 달비골을 향한 발걸음은 계속할 것입니다. 앞산꼭지들의 정성이 배어 있는 달비골 천막에 오는 게 편하고 좋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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