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면, 내일 또 다른 생명 역시 지킬 수 없습니다.”는 불교환경 연대의 오체투지 소식을 받았습니다. 오체투지는 두 무릎과 두 손을 먼저 땅에 댄 후 머리를 대는 불가의 수행 방식으로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한다는 뜻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갈등과 대립을 넘어 희망을 찾기 위해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오체투지 순례단은 105일차를 맞아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서울 용산 살인 현장을 마주하였습니다.
독단과 독선, 속도전이라는 시대의 핵심어는 사람의 생명도 자연의 생명도 가벼이 여기고 있습니다. 자연과 사람 모두 소통 부재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철거민들의 절박한 호소는 끝내 외면당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자본의 가치관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세상이 잔인해지다 못해 6명의 소중한 생명이 죽임을 당해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 사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시대적 과제인 용산 참사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며 우리는 자본의 지배를 받는 사람의 모습이 없는 사회를 만들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구의 심장부이자 어머니산인 앞산터널 공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뚫렸다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이 앞산의 증인’이라며 오늘도 앞산숲속학교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는 어쩌면 멍청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머리 팽팽 돌아가는 사람들이 다 떠난 곳에 남아 농성장을 지키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앞산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시간을 내고 노력을 기울여 가면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셈에 어두운 사람들인 앞산꼭지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운동 오래한 사람들이 ‘성과물’을 거론할 때 앞산이 뚫린다 해도 이렇게 구체적인 사례를 남기려 하는 것은 뒷산을 지키는데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천성산에는 곳곳의 습지가 마르고 생태계 파괴 흔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생명이 죽어간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한가요? 경부운하 공사의 다른 이름인 ‘4대강정비사업’ 저지를 위해 시민ㆍ환경 단체들이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도심의 앞산도 제대로 지키기 못하면서 사람이 가까이 살지 않는 강을 지킬 수 과연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싸울 때 ‘한 놈만 팬다’고 하죠. 이놈 저놈 건드려 봐야 기운만 빠지지 효과가 없으니 가장 약한 곳을 타격한다는 싸움의 기본 기술입니다. 거대 담론에만 매몰되어 하지도 못하면서 언론에 이름만 내는 뻥튀기 싸움을 접지 않으면 이명박 정권이 저지르는 삽질을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앞산을 지키지 못하면 경부운하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앞산을 누비며 기록을 남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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