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도 안동으로 농활을 다녀왔습니다. 갑갑한 도심에서 지내기만 하면 숨이 콱 막히는데 코끝에 바람이라도 쏘이러 갔다 오니 기분 전환도 되고 좋은 것 같아 당분간 계속 주말 농활을 할 예정입니다. 과수 농사를 짓는 분들은 한창 접과를 해야 하는 시기라 그야말로 부뚜막의 부지깽이도 벌떡 일어나 일을 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쁜 철입니다. 황병수 씨가 짓는 농사는 주말 밖에 일을 할 수 없으니 비교적 손이 덜 가는 야콘과 호박이 주 작물입니다. 야콘즙은 소화 기능을 돋우어 주는데 먹어 보면 다음 날 대변보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겠더군요. 야콘과 호박 농사가 잘 되어 힘든 살림살이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호박을 옮겨 심는데 종일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하니 허리가 아파 혼이 났습니다. 일요일 작은 처남이 결혼을 한다고 정신없이 일을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오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번개가 쳐 고속도로 운전이 위험해 일요일 아침에 대구로 출발하기로 하고 밭에서 바로 뜯어온 맛난 채소를 가득 먹었습니다. 요즘 육식을 별로 하지 않아 고기 대신 채소로 배를 채웠는데 이틀 가량 속이 시원하고 좋더군요. 농촌은 고령화 되어 젊은 사람들이 가물에 콩 나듯 합니다. 농사란 게 제조업과 달리 일정 시기에 일이 집중되니 그 힘든 노동을 하려는 사람이 없죠.
국가가 교육과 의료 문제를 책임진다면 농사지으려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나 저라도 힘들어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식량 주권을 들먹이면서도 농업을 포기하는 정책만 펴대는 권력이 농촌을 망쳐 놓은 대가임에 분명합니다. 우리가 지은 농산물이 비싸면 다른 곳에서 싼 것을 사 먹으면 된다는 ‘비교우위론은 이론에만 존재’할 뿐 결코 현실에 적용 불가능합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몇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것은 감안한다면 식량 확보는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죠. 힘들게 농사 지어 엉뚱한 인간들만 이익 보는 현실이 갑갑합니다.
한 해를 묵혔더니만 온 밭이 쑥으로 뒤덮여 버렸다고 합니다. 땅을 그냥 묵힐 수 없기에 무슨 작물이라도 심으려는 게 농사짓는 사람들의 심정입니다. 콘크리트 바닥 틈 사이로 솟아날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습니다. 예전엔 쑥떡도 해 먹고 했는데 이제 할 사람이 드물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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