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앞산 달비골에서 사고라니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저질렀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죠? 일요일 아침 안동을 다녀와 성서공부모임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달비골로 왔습니다. 오늘 분명히 올 사람이 안 보여 천막에서 열심히 고도리에 몰입해 있는 모 꼭지에게 물어봤더니 ‘안 왔더라’고 하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조금 있었더니 키가 부쩍 큰 아들과 함께 뭔가 만들 걸 준비해 오셨더군요. 손재주라고는 힘 좀 쓰는 것 말고는 천하 꽝인 저로서는 아기자기 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아들은 기타 연습을 하고 어머니는 만들 걸 챙겨 평안 동산 산책길로 올라갔습니다.
두어 시간 지나 내려오면서 ‘만들어 놓은 게 있으니 저녁에 가보라’고 해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새로이 단장을 해 놓으셨더군요. 삭막해 서명할 마음이 별로 안 생기도록 방치해 두었는데 이렇게 정성어린 손길이 닿아 그냥 지나치기 미안할 정도로 만들어 놓으셨더군요. 생각하면 어려운 개념어만 떠오르는 저와는 달리 어려운 내용을 쉬운 말로 잘 풀어 쓰는 재주가 뛰어난 분이기도 하죠. 달비골에 가면 발걸음을 그리 향하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아들과 같이 만들어 놓은 포근한 마음 한 자락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누구 모자가 친 사고인지(?)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적혀 있는 글 처럼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을 뿐 입니다. 달빛고운마을이라 조상들이 부르신 달비골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지 매연 속에 코 박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바라는 건 아황산가스 자욱한 도로가 아니라 건강한 삶의 터전과 쉴 수 있는 곳입니다. 자연은 손 대지 말고 그대로 두고 즐기고 누리는 것이 길 만드는 것 보다 더 많은 도저히 계산할 수 없는 이익입니다.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자연을 즐기는데는 돈도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두기만 하면 됩니다. 아무리 공사가 시작되었다고 우리가 쉽게 접고 포기하면 저들은 또 다른 산을 파헤치고 말 것입니다. 시민들의 눈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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