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주년인 5월 2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비상계엄 상황을 연상케 했다.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음은 물론 봉쇄를 포함한 통행방해는 다반사로 일어났다. 정권은 민심이 저항에 직면할 경우 이른바 법치를 외치면서 사회를 통제하려든다. 1980년대 국민들을 죽이고 권력을 찬탈했던 전두환이 특히 법치를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2009년 상황은 80년대로 돌아가는 듯하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국민통합은 고사하고, 눈과 귀를 막고 일방 통행하는 정부는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동원해 민심의 표출을 찍어 누르려고만 하고 있다. 하지만 누른다고 해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목소리가 묻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서 솟아나게 되어 있는 게 민중들의 저항임을 이명박 정권만 모르고 있다.
5월 2일 촛불들은 계속 경찰과 대치하면서 우연인지 계획된 것인지 하이서울페스티벌 퍼레이드 팀과 섞여서 세종로 행진을 진행했다. 세종로 거리에서 외쳐진 ‘명박퇴진, 독재타도’는 공권력을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함께 행진을 진행했던 페스티벌 참가 시민들과 촛불들은 자연스럽게 개막식이 진행되는 시청광장으로 모여들게 되었다. 이후 촛불 일부가 무대를 점거하는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서 행사는 취소되고 뒤이어 경찰이 전격적으로 진압작전을 폄으로써 시청광장에서의 외침은 짧게 끝났다. 연초에 사람이 죽은 대형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경찰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매우 살기등등하게 대응했다. 그런 살기등등함이 국민의 목소리를 묻을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서울 시내를 경찰로 도배하고 하루에 100여명의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공식 대응방침으로 굳어진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지금 진정으로 요한 것은 대화고 소통(疏通)이다. 촛불의 정신과 교훈 1번이 ‘소통’임을 모르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국정 운영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게 백일 하에 드러났으니 조용히 사라지는 게 국민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명박산성을 높일 것이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눈과 귀를 열어야 할 때가 이미 지났다. 이렇게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한 결과는 분명 부메랑이 되어 이명박 정권에게 돌아가고야 만다. 정당한 국민들의 요구를 방패와 몽둥이로 때려잡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제 저항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져 경찰의 폭력 앞에 그냥 맞고만 있지는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상식이 통하는 민주사회에 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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