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부른 돼지독감의 발호

녹색세상 2009. 5. 1. 13:21
 

멕시코에서 첫 발병한 돼지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28일 현재 150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병이 전 세계로 확산돼 지구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멕시코 정부 발표에 따르면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미 축구장과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 등이 폐쇄됐고 일부 학교는 휴교령까지도 내려졌습니다. 미국도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어떤 나라들은 아예 멕시코 여행을 중지시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세계 보건기구가 이 전염병의 경보수준을 5로 격상시켰다는 사실도, 이 병이 인간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것이 확인돼 지역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의 확인 및 반증이어서 앞으로 이 질병이 계속해 퍼질 것은 거의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 미국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에서 4월 29일 공항 노동자들이 ‘건강보험이 필요하다’는 구호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날 첫 돼지인플루엔자(SI) 사망자가 발생해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이들도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벌였다. (사진:AFP 연합)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위험한 바이러스가 느닷없이 발병할 수 있었던 걸까요? 관련 학자들은 이 바이러스는 조류독감에 인간의 독감, 그리고 거기에 돼지의 독감이 모두 합쳐져 돌연변이를 일으킨 새로운 변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바이러스가 출현하게 된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면, 결국 ‘인간의 욕심’이라는 답이 나오지 않을 수 없지요. 돼지나 소 할 것 없이 인간은 보다 많은 고기를 쉽게 얻기 위해 ‘집중형 사육방식’이란 것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각종 가축들을 좁은 공간 안에 최대한으로 밀집시켜 넣고 먹이를 공급함으로서, 말 그대로 짐승들이 ‘먹고 싸기만 하면 되는 환경’을 만들어 놓음으로서 비육 기간을 최대한으로 단축시켜 도축을 빨리 하도록 만든 체계입니다.


이 때문에 자연적 환경에서 방목하는 가축들과 달리 집중형으로 사육하는 짐승들은 자연 몸이 약하고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때문에 이렇게 사육하는 가축들은 쉽게 폐사될 우려가 높아, 업자들은 이들이 병에 걸리지 않게 하려고 대량의 항생제를 마구 투여해 왔습니다. 심지어 사람에게만 사용하도록 명백히 규제된 약도 때로 가축들에게 투여되어 왔습니다. 이것은 비단 멕시코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생산주의 농법이 그 주류가 된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발견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자 가축에게 발병하던 질환은 일단 그 발병도가 낮아지는 듯 했으나, 결국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전염력도 강한 세균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오늘날 보는 돼지독감의 갑작스런 전 세계 확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짐승간의 경계가 사라진 질병이 생길 수 있었던 배경엔 어쩌면 인간에게만 써야 하는 약들을 거리낌 없이 이윤 창출을 위해 써 온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생산주의의 대표 주자’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경우, 타이슨이나 호멜 같은 대형 도축자들이 소와 돼지, 그리고 닭들을 잡아 가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해서 그 과정이나, 도축되는 가축들에 대한 항생제 사용 여부 같은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먹으며 즐겨 왔습니다. 그러나 유럽 어딘가에서 항생제에 노출된 육류를 즐겨 오다가 감기에 걸린 한 남자가 결국 그 사람의 몸에 쌓여 있던 육류 내 잔존 항생제 때문에 그의 몸에 투여된 기존의 항생제가 말을 듣지 않아 결국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가공육이나 혹은 일반 대량생산의 달걀 같은 것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졌습니다.

 

인간의 이 같은 ‘생산을 위한 생산’이 계속될 경우, 여기에 따르는 부작용으로서의 신종 질병의 출현과 확산은 거의 당연한 일이 될 것입니다. 또 이것은 단지 소비자 뿐 아니라 대규모 영농이 가능한 사람만을 생존케 함으로서 농촌의 해체와 집중화를 더욱 더 부추깁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중소 규모의 농민이 충분한 이윤을 내면서, 또 인간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가축을 기르고, 이들이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새로운 농법과 농업 시스템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 같은 수입 농산물 의존도가 큰 국가에서 농업은 완전히 와해되어 버리고, 여기에 덤으로 생산주의의 폐해로 인해 이번에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런 질병에 대한 방어력 또한 낮아지게 될 것입니다. 

 

하긴 대한민국의 농업은 지금도 홀대받고 있지요. 거기에 농지로 보전해야 할 땅까지도 이른바 ‘4대강 유역 정비’ 구역으로 묶인 곳들이 많습니다. 농업을 지원할 생각보다는 농토를 어떻게 하면 ‘개발구역’을 만들어 땅장사로 연결할까를 생각하는 것이 우리나라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생산주의 농업의 폐해’같은 것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우리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기들은 유기농이니 어쩌니 하면서 생산주의 체제의 바깥에서 길러진 것을 비싼 돈 주고 가져다 먹는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런 불평등의 고리와 세계 축산들이 겪고 있는 생산주의의 폐해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이번 돼지 독감은 마치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 길렀기 때문에 발병한 광우병의 예처럼, 그런 것을 모두 뭉뚱그려 하나로 보여주는 인간의 욕심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자연의 생태질서를 거역하는 것은 결국 새로운 화를 불러올 수 밖에 없으니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되었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을 보면서도 대비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탐욕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달이 난 인간들의 어리석음은 스스로의 목숨을 단축시키고야 맙니다. 엄밀히 말해 짐승의 시체인 고기를 먹지 말고 채식 위주로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특히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면서 기상협약을 거부하는 미국이 저지른 잘못이 매우 크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지지 말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토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