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부자에게 감세하는 이명박 정권과 달리 세금 더 걷는 호주

녹색세상 2009. 4. 29. 09:50
 

호주 정부가 재정적자 확대에 조바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자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이른바 ‘정부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대대적인 재정지출에 나섰던 호주 정부가 이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에 한숨을 짓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2차례 경기를 부양한다며 모두 524억호주달러(50조원상당)라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1천만명에 가까운 국민에게 1인당 최고 950호주달러(90여만원상당)를 신나게 지급하는 등 선심을 베풀었다. 하지만 경제는 그다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국제통화기금(IMF)이 ‘호주 경기침체 속도가 다른 주요 선진국보다 빠를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호주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면서 ‘경기침체를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하는 입장에까지 내몰렸다.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지만 경기부양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케빈 러드 총리는 초조함을 달래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특히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재정적자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글로벌 경기침체로 천연자원 수출마저 급감하고 기업들의 실적도 좋지 않아 세수 전망은 어둡다. 정부는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자 규모를 2천억호주달러(192조원상당)로 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5월 예산안에서 100억호주달러(9조6천억원상당)의 재정을 투입하게 되면 재정적자 규모가 3천억호주달러(288조원상당)로 확대돼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26일 전했다. 이렇게 되면 호주의 현재 AAA인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돼 차입금리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린제이 태너 재정부장관은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재정적자 감당규모 2천억호주달러가 충분한지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지난 해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1천150억호주달러(110조원상당)의 세수감소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태너 장관은 “다음 달 예산안에서는 내년은 물론 향후 4년 이상까지의 재정적자 전망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재정적자 규모는 날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세수를 확충할만한 뚜렷한 묘책이 없자 정부는 부자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부유층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어 구멍 난 재정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부자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세금을 더 걷어야 천문학적인 지경까지 간 재정이 건전성을 되찾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정부로서는 별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러드 총리는 “좀 더 멀리 보면 잘사는 사람들로부터 추가로 지원을 받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유층 과세 방안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연금개혁 등을 통해 재정지출을 최소화하는 대신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방침임을 밝혔다.


정부는 5월 예산안 편성 때 연금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부유층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받도록 돼있는 규정은 철폐하거나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영국 정부는 올해 마이너스 3.5%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최근 수입이 15만파운드(2억9천만원상당)를 넘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50%로 상향조정했다. 호주 정부도 고심 끝에 부유층 과세 강화라는 대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부유층의 자산과 수입역시 경기침체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대책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그렇지만 부자들에게 돈을 안겨주는 것을 넘어 세금을 더 깎아주지 못해 안달이 난 이명박 정권과는 정책의 기본 방향 자체가 틀린다. 적어도 국가라면 이 정도라도 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만평:경향, 연합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