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남북문제’ 헛발질만 해대는 이명박 정권

녹색세상 2009. 4. 26. 09:50
 


재벌도 원하는 남북경제 협력 강화


수 십 년 째 끊겨진 철길 위에 방치되어 녹슬어가고 있는 열차 잔해만큼 분단의 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은 드물다. 철도 중단 지점에 적혀 있었던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외침은 우리에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같은 의미로 가슴에 와 닿는다. 철길이 끊겼던 자리에 뿌려졌던 수많은 지뢰를 제거하고 철도를 연결하여 비록 화물열차였지만 정기 운행을 시작했던 2007년 12월 11일의 개통식에 우리가 환호하고 눈시울을 적셨던 것도 그날 달리던 열차가 그냥 열차가 아니라 통일에 대한 간절한 희망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경의선 철도가 연결되어 신의주를 지나 시베리아 대륙으로 이어져 유럽까지 가는 꿈이 멀지 않다고 본 사람이 어디 한 둘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초기부터 상호주의 기조에 입각한 대북 정책을 추진한지 14개월, 경의선 철도가 개통한지 16개월 정도가 경과한 시점에서 돌아보는 남북 관계에 등장하는 단어는 금강산 관광 중단, 이산가족 상봉 중단, 개성관광 중단, 남북 철도 운행 중단..... 그리고 개성 공단 폐쇄로 인한 남북 경협의 중단 기류 등 오로지 ‘중단’뿐이다. 이러한 남북 관계의 급랭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대북 포용 정책을 굴욕적 퍼주기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던 한나라당이 표방한 대북 정책은 북측에 하나를 주면 북으로부터 하나를 받아 내겠다는 상호주의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6.15 합의를 부정하면서 외교ㆍ국방 장관의 대북 강경 발언이 이어질 당시부터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연평도 인근의 NNL로 인한 대립, 북측의 대남 강경 발언 등은 이러한 남북 간의 대립 기류 속에서 부수적으로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일 들 이었다고 본다면 최근 북측의 로켓 발사와 핵 활동 재개, 개성 공단 폐쇄 위협 등 대남 강경책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북측 보다는 우리 정부에 있다고 봐야만 할 것이다.

 

남북관계 면책성 양비론에 대하여

 

원래부터 독재와 분단 고착화의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들이었으니 북한을 공존 불가의 적대 세력으로 여기는 수구 극우 집단이 로켓을 발사하고 핵 활동을 재개하는 강경책에 대한 책임을 모두 북측에 떠넘기고 비난 일색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한 부당성을 새삼스럽게 지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정말 안타깝고 통탄할 일은 김대중. 노무현 집권 시절 “평화 통일 만이 유일한 통일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수구 기득권 세력을 반통일 세력으로 비난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최근 남북 관계의 악화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없는 상태에서 북측의 강경 대응이라는 표면적 현상만을 근거로 남북 관계 경색에 대한 책임이 “남과 북 모두에게 있다.”는 양비론자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중대문제'를 통보하겠다는 북측의 요청에 따라 21일 오전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과 대표단이 22일 0시 10분께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며 북측을 접촉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물론 이들 주장의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북측이 로켓을 발사하거나 핵 활동을 재개하는 것 등이 한반도 주변에 군사적 긴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과잉 대응을 적당하게 지적해 주는 것이 자신들의 합리성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어정쩡한 양비론이야 말로 혈실에 대한 성찰 없이 현상만을 쫒으며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책성 양비론’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면책성 양비론자’로 공격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남측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개성공단을 볼모로 남측을 협박하는 북이 옳다는 것이냐?”고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화해와 포용 정책 구상을 처음 밝히고 실천했던 시점이라고 해서 북측이 강경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소 떼가 판문점을 넘어가고 금강산 관광이 실시되던 시점에서도 남북 간에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남북 경색의 원인 제공이 늘 고집스럽고 양보할 줄 모르는 북측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감수할 듯이 화해와 포용을 주장해오다가 정권이 바뀌자 국제 사회에서 미국이나 일본 보다 더 강경하게 대북 제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온 변덕스러운 우리 정부에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화해와 포용 정책은 애초에 이를 시도할 당시 우리 측에서 많은 것을 참고 인내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괴팍하고 까다롭고 의심 많은 상대에게 우리의 진정성을 이해시키는 데는 분단 후 냉전시대까지의 수 십 년 기간 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보고 시작한 일이다.


그런 만큼 북측의 강경 반응에 일일이 맞대응하는 개념으로는 화해와 포용의 길은 결코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 남북 관계가 길을 잃게 된 최초의 자리는 남북 정상이 두 차례에 걸쳐 합의한 6.15, 10.4 합의를 새 정권이 정면 부정하던 바로 그 지점이다. 만약 아직도 평화통일을 우리가 원한다고 한다면 남북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여기부터 찾아나가야 한다. 이 부분을 대충 얼버무린 채 남북 관계의 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 비극적인 동족상잔의 한국 내전 이후 수 십 년간 상대에게 총구를 겨누며 대립해온 남북 관계는 화해가 아니면 대결이지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자, 당신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재벌도 남북 경제 협력 강화를 수시로 말하는데 진정 평화통일을 원하기는 하는가? (한토마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