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개성공단 유지ㆍ폐쇄 양자택일 요구한 북한의 초강수

녹색세상 2009. 4. 22. 11:26
 

특혜조치 전면 재검토…전면적인 재검토 불가피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개성공단 유지냐, 폐쇄냐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은 21일 개성에서 가진 남북당국자 접촉에서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위해 남측에 주었던 모든 제도적인 특혜조치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해 향후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정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로 “개성공업지구의 ‘토지임대차계약’을 다시 하며 10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14년부터 지불하게 된 토지사용료를 6년으로 앞당겨 지불하도록 요구할 것이며, 공업지구 북측 노동자들의 노임도 현실에 맞게 다시 조정하겠다”고 밝혀 지금까지 월 6만원 내외의 초저임금으로 엄청난 이익을 챙긴 입부 기업들이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과 대표단이 버스를 타고 도라산 출입사무소를 떠나고 있지만 얼굴은 굳어 있다.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음을 출발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또 북한은 “개성공업지구 사업과 관련한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다.”면서 “남측은 이에 필요한 접촉에 성실히 응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실상 개성공단이 갖고 있는 저임금 등에서의 우위를 없애 기반 자체를 허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억류한 현대아산 직원 유아무개씨에 대한 접견도 불허했다. 정부는 이날 “우리 측은 억류자를 조속히 인도할 것을 북한 측에 강력하게 요구하였으나, 북측은 억류자 문제는 이번 접촉과 무관한 사안이라며 우리 측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우리 당국자의 방북을 요청해 놓고, 가장 중요한 문제인 우리 근로자 조사 문제에 대한 협의조차 거부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비판하면서 “이 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귀환시간을 연기하며 계속하여 북측에 접견과 신병 인도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남북한 22분 접촉, 남측 낭독을 북측이 제지하기도


저녁 8시 35분부터 57분까지 22분간 진행된 이날 접촉은 매끄럽지 못했다. 접촉 장소와 대표단 명단 교환 문제로 지연되다가 7차례의 예비 접촉 끝에 본 접촉이 열렸다. 본 접촉에서도 남측이 낭독하자 북측이 이를 제지, 남측은 통지문을 전달했다. 이때 북측 총국 부국장이 자신들의 주장을 낭독했다. 그 뒤 북측이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로 찾아와서 남측 통지문을 반환하고 돌아가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을 밝혔으며, 남측은 유모씨에 대한 접견 요구와 함께, (남북한의 육로통행을 제한한) 12.1 출입ㆍ체류 제한조치의 조속한 철회와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 등을 촉구했으나, 북측은 이를 묵살했다.


남측은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방ㆍ중상의 즉각 중지와 개성공단 출입·체류 문제 등을 포함하여 남북 관계 현안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차기 접촉을 제의했다. 북한을 봉쇄하기 위한 PSI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인류가 안전을 위해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의 문제로, 한반도 수역에서는 남북해운합의서가 적용되기 때문에 (북한의) 대결포고ㆍ선전포고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기존의 헛발질만 계속하는 말만 할 뿐 새로운 입장을 밝히지 못해 지난 공들여 쌓아 온 10년의 남북경제 협력 교류를 무너뜨린 부메랑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정부는 이날 저녁에 낸 ‘개성접촉 결과’ 보도 자료에서, “지금이라도 북한이 우리와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 대표단은 억류자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신병을 인수받기 위해 대표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 이명박 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위해 개성공단에 간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및 정부 관계자들이 22일 자정을 넘겨 어두운 표정으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들어서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남북관계 쟁점 풀지 않으면 시나브로 조여 가겠다는 것”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접촉결과에 대해 “북한의 통보는 폐쇄는 아니지만 사실상의 ‘개성공단 불능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PSI 등을 포함해 남북관계의 쟁점들을 풀지 않으면 시나브로 조여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 저임금 문제 등은 북한이 이전부터 제기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크게 비판받지 않을 사안을 꺼낸 것”이라면서 “북한이 사실상 칼을 꺼낸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유연하고 길게 보는 사고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억류상태인 현대아산 직원에 대한 접견을 불허한 것에 대해서도 “남북관계가 유씨 문제를 포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무력화 의사를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일단 북측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PSI 가입 시기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효과도 의문시되는 PSI 전면참여를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한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다가 이명박 정부 스스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 되었으니 인책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접촉의 목표를 ‘억류상태인 현대 아산직원의 접견과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발전’이라고 했으나, 두 가지 모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남북 당국자간 첫 대면접촉은 실패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4.29재선거를 앞두고 뭔가를 보여 주려고 벌인 보여주기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음이 증명되었다. 그나저나 자본이 그리도 강조하고 요구하는 남북 경제 협력 강화 문제를 풀지 않고는 이명박 정권의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점점 사망 직전의 증세를 향해 달려가는 현 정권의 태생적인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음에 분명하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