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의료사고로 어머니를 잃어 버린 유족들의 한 맺힌 사연

녹색세상 2009. 4. 30. 11:42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앞 계명대동산의료원 앞을 지나는데 의료사고로 사망한 분의 자녀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기운 잃지 마시고 끝까지 싸우시라.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해서 심정을 조금은 안다.’며 어설픈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의사도 사람이기에 오진을 할 수 있고, 수술 후 조치를 잘못해 의료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의료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거나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판검사들이 자신의 판결이나 수사 잘못한 것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가 잘못 판단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니 용서를 빈다.”는 말을 하는 의사를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내가 보고 겪은 모든 의사는 다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기 않기에 의사들을 별로 신뢰하고 싶지 않다. 산재 요양 중 근로복지공단의 특진 명령으로 경북대병원에 가서 각종 검사를 한 결과 주치의사와 비슷한 내용의 소견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북대병원의 같은 과에 근무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의사는 ‘더 이상 치료가 필요없다’는 딱 한 줄의 소견만 적었다. 더도 덜고 아닌 짧은 한 줄의 자문 소견이었다. 다른 자문의사들의 소견 역시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치료가 필요없다’는 내용이었다. 서로 짜고 조율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을 당하고 보니 분통이 터지고 억울해 그냥 있을 수 없어 경북대병원ㆍ동산의료원ㆍ영남대의료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내용 증명을 보내는 등 별 짓을 다해 보았으나 그들은 묵묵부답이었다.

 

기나긴 행정소송에도 법원의 사실조회 명령에 대한 회신조차 미루는 뻔뻔하기 그지없는 집단임을 직접 겪었다. 고인의 자녀들은 돈을 바라는 게 아니라 수술을 한 담당의사의 ‘내 실수로 인한 의료사고다. 잘못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따님 한 분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한을 풀기 위해 직장에 사표까지 썼다”면서 “밥 못 먹고사는 것도 아니니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다.

 

시위를 처음 하는 것 같아 시위 방법과 요령, ‘동산의료원 측의 대응에 대비한 필요 물품도 미리 준비하라’고 조언하면서 “힘 센 놈이 이기는 게 아니라 질긴 놈이 이기니 끈질기게 싸우시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런 경험을 하기 전에는 병원에서 온갖 악을 쓰며 싸우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 심정을 이해 하겠더라”며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고 한다. 오랜 싸움으로 산 사람들이 병을 얻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사진은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서 찍었고, 계명대동산의료원 응급실 앞에서 시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