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시나리오조차 없는 이명박 정부

녹색세상 2009. 8. 28. 09:12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세운 미국과 대책없는 한국


지난 6월 12일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이 팬더믹(세계 대유행)으로 선언된 이후 비상사태가 아닌 국가가 없을 만큼 급격히 확산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공식 집계조차 내지 못할 정도다. 8월 초 현재 18만 여명 감염, 1500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이보다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촌의 재앙을 대비해 한국이 따라하지 못해 안달이 난 표준 국가(?) 미국은 일찌감치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았다. 한국은 최악의 상태를 가정한 백신 확보 계획은 물론이려니와 격리 치료가 가능한 시설 확보 등 기본적인 조치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실 주최로 열린 신종플루엔자 긴급대책 토론회(사진:레디앙)


미국은 지난 4년 동안 이런 변종 인플루엔자가 출현할 것으로 예견하고 구체적인 상황 등을 상정해 보았다. 학교 폐쇄는 기본이고 야구장과 교회는 사람을 찾기 어려우며 한참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도 발목이 잡힐 것으로 전망됐다. AP통신은 이런 최악 시나리오를 입수, 지난 4월에 보도했을 정도로 빨랐다. 그 주요 내용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200만 명 사망 설이다. 이는 신종 플루엔자가 완전히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경우이다. 1


918년 스페인 인플루엔자처럼 미국인 9000만 명을 감염(미국 인구 약 30%)시키고 이 가운데 200만 명이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측됐다. 독립 공중보건그룹 ‘미 보건트러스트’(TAH)의 킴 엘리엇은 “신종 플루가 킬러 인플루엔자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그러나 새로운 바이러스여서 잠재성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종 플루 같은 팬더믹은 폭발적인 속도로 확산되면서 동시에 연쇄적인 파장을 몰고 오기 때문에 미 전문가들은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 입원환자는 거의 1000만 명에 달하고 150만 명이 집중 치료를 받아야할 상태에 놓이게 된다.


백악관 ‘백신을 내달 중순까지 앞당겨라’


또 75만 명은 인공호흡기가 없이는 안 된다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지고 학생들을 태우는 스쿨버스는 인플루엔자 감염자수송 버스로 변하게 된다. 교회예배는 취소되고 극장은 폐쇄 위기에 직면한다. 호텔과 레스토랑, 항공업계는 천문학적인 손실로 아우성을 치는 등 사회 전체가 내부 활동 위주로 전환됨에 따라 경제는 치명타를 입고 미 GDP가 5.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플루가 아무리 치명적으로 확산된다고 해도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미 정부가 그동안 백신 개발 등 의학적인 연구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는 점에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 일부 주에서는 아직 항바이러스 의약품을 충분히 갖추지 않고 있어 허점이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의료체계가 철저히 상업화 되어 있어 예방의학 위주가 아닌 발병 후 치료하는 구조로 되어 있고, 비교적 건강보험 체계가 확보된 한국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는 게 이명박 정부의 대비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신종 플루가 이처럼 건강 및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자 백악관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9월 중순에 백신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이달 24일 보고서를 통해 신종 플루의 위협은 면역력이 거의 없는 새로운 것이어서 보통 때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기 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약회사들의 백신 생산을 앞당겨 당초 예정인 10월 중순보다는 9월 중순께 일부 백신 접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장 확실한 대비 국가는 그리스?


백신이 부족한 한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부산이지만 대책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우리와는 달리 좀 부러운(?) 나라가 그리스와 영국이다. 그리스는 1200만 명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신종 플루 백신을 접종키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보건장관은 8월1일 예외 없이 전 국민에게 신종 플루 백신을 접종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미 백신 구입비용으로 4000만 유로(약 711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내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800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제약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폐렴백신 마저 동이 날 정도로 엉성한 한국과는 판이하다. 요즘 이비인후과와 내과 의사들은 지인들로부터 “백신 없느냐”는 전화를 받는 게 일과가 되어 버렸다. 환자가 신종인플루엔자로 의심되어 처방을 내려도 1번은 되지만 1~2주 후 같은 증상이 나타나 처방을 하면 건강보험 급여 적용조차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 ‘돈 없는 사람은 죽는 날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게 의사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진료와 처방은 분명 의사의 고유권한이자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의무만 줄 뿐 권한은 배제시키고 있다.


백신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 감염을 막으려면 2회분의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는 총 24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할 예정이다. 그리스에서는 이달 1일 현재 700명 이상의 감염 환자가 발생했으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 명이 감염될 것으로 보고 있다. WHO는 최근 성명을 통해 팬더믹이 끝날 때 세계 인구의 15∼45% 정도가 신종 인플루엔자에 감염될 것이라고 밝히고 중간치인 30%가 20억 명이라고 했다. 워낙 감염률이 빨라 WHO는 얼마나 많은 환자가 발생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도 했다. (정진탄 블로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