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만성통증 장애인을 외면하는 천박한 나라

녹색세상 2009. 4. 8. 10:50
 

‘한겨레21’에 만성통증 환자의 고통에 대해 포천중문의대에서 대체의학을 연구하는 우리나라 재활의학의 개척자인 전세일 박사의 건강 관련 기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만성통증은 뇌의 전두엽을 찌그러지게 한다’는 내용의 글인데 오래도록 통증에 시달리는지라 유심히 읽고 일반인과 만성통증환자의 뇌 컴퓨터 단층촬영 사진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분명히 전두엽이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전두엽은 인간의 기억력과 사고력 등의 고등행동을 관장하는 부위로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어지간한 사람이면 압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씩 통증에 시달리다 보면 신경이 날카로워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낼 수 밖에 없죠.


예전엔 통증을 증상의 하나로 봤으나 요즘은 통증자체를 병으로 봐 통증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만성통증 환자의 대부분은 큰 병을 앓거나 사고나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지간한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제대로 된 재활치료만 충분히 받으면 현업에 복귀해 생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일부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단순 물리 치료가 아닌 재활치료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나 비급여대상인데다 비용이 많이 들어 문턱이 매우 높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산재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경우 현업 복귀가 곤란해 장기간 고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성통증환자는 우리 사회 빈곤층이 대부분입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산재 사고를 당할리 만무하고, 좋은 차타고 다니니 교통사고가 나도 크게 다치지 않지요. 빈곤층이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현실을 정부가 모를리 없건만 외면하고 있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야 잠시 고통에 시달리다 재활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하니 벗어나지만 가난한 사람은 이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더 웃기는 것은 장애등급분류표에 만성통증으로 인한 노동력 상실이 아예 없어 주치의사가 제 아무리 ‘만성통증으로 팔다리 사용이 어렵다’고 해도 인정을 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기초생활수급권자의 경우 만성통증으로 노동이 불가능해도 장애로 인정하지 않으니 당사자는 죽을 맛이죠. 진통제 4~5개를 끼니마다 먹지 않으면 견길 수 없는 사람도 장애인이 아니라 정부가 주는 쥐꼬리만한 혜택마저 받지 못하니 ‘그냥 죽어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팔이 아파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장애로 인정하지 않으니 기가 막히는 현실이죠. 그야말로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모르는 사회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생하는 산재환자의 재요양은 거의 불가능해 아예 포기하고 살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 국가가 책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치하니 가난의 수렁으로 빠질 수 밖에 없고, 헤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적어도 사람에 대한 예의를 안다면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방치할 경우 다른 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더 심할 경우 심각한 정신과 질환으로 번져 엄청난 고통에 시달릴지도 모릅니다. 겉보기에 멀쩡하다고 몸이 성한 게 아님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수술만 하는 의사들이 중심이 되어 작성한 장애등급분류를 통증과 재활의학과의사들이 참석해 새로 만들어 만성통증환자들을 방치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세상에 몸 아픈 서러움만한 게 어디 있습니까? 내 몸이 아픈데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 사람을 내팽개치는 짓을 ‘짐승만도 못하다’고 하듯이 우리사회가 짐승만도 못한 사회가 된다면 다른 사람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