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앞산꼭지는 누구인가?

녹색세상 2008. 11. 24. 23:53
 

‘대구의 어머니산’이라고 부르는 앞산에 4.6킬로미터의 터널을 관통과 40미터가 넘는 고가도로를 포함해 10.5킬로미터의 도로가 도심을 통과해 대구 인근 외곽을 도는 ‘4차 순환도로’ 건설계획을 수립한 것은 1987년이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대구지역에서 본격화된 것은 2003년 7월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시점부터이다. 연인원 1,800만명이 찾는 시민의 안식처인 앞산의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와 여러 특혜 의혹 시비, 환경영향평가의 부실, 민간사업자 이익 위주의 불공정한 계약 내용 등에 대한 크고 작은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불거지면서 이 사업을 둘러싼 대구시-민간투자자와 대구시민들 간의 갈등과 논란은 지난 4년여에 걸쳐 대구 지역사회에 중요한 이슈로서 부각되어왔다. 특히 터널공사의 직접적인 피해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앞산터널반대운동은 2005년 9월 ‘앞산터널반대 범시민투쟁본부’의 출범으로 조직화되어, 활발한 반대운동 및 사회적 여론형성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헌신적인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2007년 6월 18일 대구시와 남부순환도로(주)가 실시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반대운동에 참여해왔던 주요 시민단체들과 주민조직은 상당한 패배감과 상실감에 빠지거나, 혹은 ‘공사에 대한 주민감시’ 등으로 자신의 역할을 소극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앞산터널반대운동은 소강국면에 접어들 위기에 처하였다.  그 무렵, 앞산터널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오던 일부 주민들과, 기존의 환경단체 중심의 시민운동 관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절감한 활동가들 속에서 새로운 기운과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즉, 기존의 앞산터널반대운동의 역사와 성과를 오롯이 계승하면서도, 주민(마을) 속에서,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풀뿌리의 힘으로 앞산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운동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이 일어났다. 왜냐하면 ‘앞산’은 단지 대구시민과 인근주민들에게 단순한 자연환경으로서 산이라는 의미를 넘어, 대구지역의 삶의 토대이자 자긍심이라는 문화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약칭 ‘앞산꼭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인 주민과 풀뿌리 활동가들은 ‘주민자치운동’과 ‘앞산터널반대운동’이라는 두 축의 운동이 동시에 조화롭게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우리 시대의 환경운동이 진정한 전망을 찾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되었고, 2007년 8월 십시일반 조성한 기금을 토대로 ‘공간앞산달빛’이라는 주민자치 공간(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소재)을 여는 것을 계기로 새로운 차원의 ‘앞산지키기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앞산꼭지’는 다양한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통하여 주민들을 앞산터널반대운동의 중심주체로 다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공동체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기존의 전문가 중심, 명망가 중심, 전업 활동가 및 단체 중심의 환경운동이 아닌 풀뿌리 중심의 ‘아래로부터의 환경운동’의 모범을 지역사회에서 창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중순, 앞산터널공사를 위한 벌목작업 중 환경영향평가서상 이식하기로 되어있는 나무들의 일부가 벌목된 점을 현장에서 확인한 후 몸으로 벌목작업을 중단시키고, 이를 언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대구시와 업체로부터 재발방지 약속을 이끌어내었다. 또한 앞산터널 입구 예정지 중 한 곳인 파동 용두골 지역의 선사시대 유적인 ‘바위그늘(암음) 유적’ 등이 문화재 지표조사 과정에서 누락된 점 등을 발견, 이를 적극 문제제기함으로써 문화재청이 10월 29일 대구시와 해당 지자체인 수성구청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등, 앞산터널반대운동에 있어서도 소기의 성과를 만들었다. 


이러한 적극적인 현장 중심, 풀뿌리 중심의 실천 활동은 기존의 시민단체 중심의 환경운동들이 드러낸 한계와 관성을 극복하는 의미 있는 ‘아래로부터의 환경운동’으로서, 최근 지역사회에 건강한 긴장과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모범이 되고 있다. 또한 ‘앞산꼭지’는 과다한 통행료 책정 및 민간업자의 편의와 이익 위주의 민간투자사업의 문제점, ‘대중교통 활성화’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도시정책에 명백히 역행하는 대규모 건설공사 및 대구시 정책의 문제점 등을 앞으로도 다양하게 대구시민들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다. 팔공산 훼손, 금호강 오염, 낙동강 페놀 사건 등으로 상처받고 얼룩져온 대구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끈질긴 환경운동의 목소리, 특히 풀뿌리 시민들의 자치적이고 자발적인 실천 활동은 앞으로도 여러모로 중요한 계몽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그 역사가 길지는 않으나 상근자도 없이 오로지 풀뿌리 시민들의 헌신과 상호부조로서 일구어온 이러한 ‘앞산꼭지’의 활동 내용과 방식은 아주 독특하다. 특히 환경운동을 주민자치운동으로 끌어 올리고, 환경운동의 시야를 교육과 문화영역으로 확장시켜온 노력이야말로, 여러 면에서 귀 재단의 ‘환경문화상’의 취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환경운동의 비전과 관련하여 마땅히 귀감이 될 만하기에 ‘환경운동 부문’에 적극 추천한다. (교보생명 환경문화상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