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량의 음주도 뇌세포 파괴…뇌 크기 감소
곡주ㆍ과실주도 뇌에 해롭긴 마찬가지
뇌 건강을 생각한다면 단 한 잔의 술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술과 관련해 해외에서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음주공화국’ 한국의 애주가들을 떨게 만들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웰즐리대학 캐럴 폴 박사 연구팀이 33~88세 성인 1839명을 대상으로 음주습관을 분석하고 이들의 뇌 용적비율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측정한 결과, 비음주 그룹은 78.6%, 음주량이 일주일에 1~7잔인 그룹은 78%, 14잔 이상인 그룹은 77.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람의 뇌는 원래 나이가 들면 노화현상으로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조금씩 크기가 줄어든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서는 음주를 즐기는 그룹이 비음주그룹보다 뇌 크기가 0.6~1.3% 작게 나타났다. 또 음주량에 따라 뇌가 줄어드는 속도가 달랐다. 특히 큰 문제가 없다고 여겨지는 ‘하루 1잔’도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가벼운 음주도 뇌에 해롭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매일 한두 잔 정도의 가벼운 음주는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위험성을 낮춰 마치 술이 몸에 좋은 것처럼 여겨져온 데 대해 경고가 되기에 충분하다.
▲ 영국 신문에 보도된 영국인들의 음주 추태 장면. (사진:오마이뉴스)
‘단 한 잔도 뇌세포엔 백해무익’
보건복지가족부 선정 알코올 질환 전문 병원인 다사랑병원의 이무형 원장은 “알코올은 아무리 소량이라도 뇌 신경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은 알코올 질환 전문가들에게는 익히 정설처럼 굳어진 이야기”라며 “이에 따라 뇌 크기도 줄어들며 심한 경우 인지 및 운동 기능에 장애가 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진다. 따라서 뇌에도 알코올이 전해진다. 이런 과정에서 알코올은 염증을 일으켜 뇌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뇌세포는 대략 18세 이후는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점점 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무형 원장은 “흔히 하루 두 잔까지는 괜찮다고 하지만 적어도 뇌에는 단 한 잔의 술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알코올성 치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알코올성 치매는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다 충동조절을 잘 못하는 난폭한 성격으로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알코올이 충동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사람의 뇌 중 어느 곳이든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큰 기능을 하지 않는 부분을 파괴하면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주된 기능을 하는 세포를 파괴하면 뇌 기능이 뚝뚝 떨어지게 된다.
와인이든 소주든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시중의 곡주, 과실주에는 몸에 유익한 각종 성분이 들어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소주 대신 와인을 선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령 레드와인에 함유된 레스베라트롤이란 항산화물질이 지방간을 억제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도 전문의들은 ‘눈 가리고 아옹’이라고 지적한다. 항산화성분이 있더라도 제대로 작용을 못하게 된다.
이무형 원장은 “소주, 맥주, 양주, 와인은 알코올 함량이 각기 다르지만 전용 술잔에 채우면 모두 한 잔에 10g 정도의 알코올이 들어 있다”며 “와인도 하루 2잔 이상 마시면 알코올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술로 얻을 수 있는 유익한 효과는 해로움에 비해 극히 미미하며, 다른 식품으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밤에 잠이 잘 안 올 때 “한잔 걸치면 잘 잔다”는 사람이 있다. 일부만 맞는 얘기다.
‘불면증엔 술보다 차라리 수면제가 낫다’
알코올은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는 있다. 대신 수면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 깊은 잠 단계인 렘(REM)수면과 얕은 잠인 비렘(non-REM)수면이 5, 6회 반복되는 것이 정상 수면인데, 알코올은 비렘수면에서 렘수면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한다. 속상한 일이 있거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술을 택하는 수가 많은데, 순간의 효과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차라리 처방전 수면제가 깊은 잠과 얕은 잠을 유도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훨씬 낫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증세가 있는 사람이 술에 취한 채 잠을 자면 증세가 더 심해진다. 평소 증상이 경미하다가도 술만 마셨다 하면 코를 곤다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술을 마시면 힘이 빠지는 건 근육의 긴장이 풀리기 때문이다. 이때 혀, 목 안 근육이 처지면서 목구멍을 막아 수면 시 호흡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의 김경수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이 술을 마셨다면 30분가량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고 난 뒤 잠자리에 드는 게 낫다”며 “하지만 만취 상태라면 운동을 하기 쉽지 않고 심혈관 등에 무리가 가므로 바로 잠자리에 들되 가급적 모로 누워 자야 한다”고 조언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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