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먹을거리의 세계화 공포

녹색세상 2008. 9. 29. 16:37
 

밥ㆍ술 빼곤 거의 중국산…“식당 밥 먹을 땐 찜찜”

국산보다 저렴 중국서 작년 1179만톤 수입

 

 

멜라민 파문 이후 수입식품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불안’을 넘어 ‘먹거리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먹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긴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산 식품은 이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수입식품 사고 뉴스를 접하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중국산’은 되도록 멀리해 생협을 통해 음식을 구매하고 있는 집은  괜찮다고 자부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안심할 수만 있을까?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평소처럼 편의점에 들렀다. 매일 아침 토마토 주스를 1병씩 마신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파는 1000원짜리 김밥과 함께 먹으면 아침식사로 더할 나위 없다. 토마토 주스는 위장에도 좋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편이다.


회사에 도착해 봉지에서 토마토 주스와 김밥을 꺼냈다. 무심코 토마토 주스의 라벨을 보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성분명 표시란에 ‘토마토즙(중국산) 70%’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김밥도 의심스러웠다. 원가 절감을 위해 ‘길거리 김밥’은 중국에서 들어온 ‘찐쌀’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동료와 함께 근처 한식당으로 갔다. 이들은 1인분에 5000원짜리 고등어구이를 시켰다. 밥과 고등어구이 외에도 배추김치, 오이소박이, 고사리, 애호박나물, 숙주나물, 계란말이 등의 밑반찬이 나왔다. 혹시나 싶어 반찬을 날라 온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이 나물들은 중국산인가요?” 아주머니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더듬거리며 “우리는 중국산 안 쓴다”고 대답했다. 지켜보던 식당 주인이 테이블로 달려왔다. 주인은 “고사리는 중국산이지만 나머지는 다 국산”이라며 “애호박이나 숙주나물이 수입되는 것 봤느냐”고 말했다.

 

 

설명을 듣다보니 배추김치도 의심스러워졌다. 주인은 “배추는 국산인데 고춧가루는 중국산과 국산을 반반 섞어 쓴다”고 털어놓았다. 배가 고파 밥을 뜨기는 했지만 찜찜했다. 김씨는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다. 휴게실 자판기 커피로 속을 달랠 참이었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 자리로 돌아온 김씨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번에는 커피 크림에서 멜라민 검출.’ 이미 자판기 커피는 다 마신 뒤였다. 김씨는 황급히 휴게실로 가 원산지 표지를 찾아봤다. 그러나 중국산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정보는 자판기 어디에도 없었다.


퇴근 후 부서 회식을 위해 회사 근처 고깃집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이미 상이 차려져 있었다. 식당 벽에는 ‘우리 식당은 국내산 쌀과 호주산 소고기를 사용합니다’라고 쓰인 메뉴판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상 위에 올라와 있는 굵은 마늘과 고추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없었다. 현재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쇠고기와 쌀 등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하고 있지만 고추나 마늘 등 양념은 예외다. 중국산 식품은 2007년 한 해에만 1179만t, 84억여달러어치가 쏟아져 들어왔다. 2003년 1111만t에서 시작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관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불량식품’ 역시 함께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03년 1002건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1451건으로 50% 가까이 증가해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식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364건의 위해식품 회수조치가 취해졌다. 평균 3.5일에 1건 꼴이다. 식품종류별로 보면 과자류와 수산물 가공품이 55건씩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그러나 회수율은 과자류 10%, 수산물 가공품 22%에 불과했다. 특히 두부류와 어육가공품 등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은 회수율이 0%였다. 이미 소비자들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는 의미다. 전체적으로 보아도 회수율은 2005년 22.7%, 2006년 12.9%, 2007년 9.9%, 2008년 상반기 13.6%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통관과정에서 검역을 통과했더라도 철저한 사후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식품회수 시스템의 지속적인 개선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생협을 비롯한 소비자단체들이 오래도록 얘기해도 정부는 ‘대책을 수립 중이다’는 말 말고는 묵묵부답이다. 그러는 동안 민중들의 건강은 상해만 간다. 상한 건강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식량 자급률 높이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지구 온난화로 각종 기상 이변이 겹쳐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우선이라는 게 드러났다. 쌀을 빼면 우린 수입 안 하는 게 없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향ㆍ한겨레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