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광우병 관련 입장 바꾼 의사협회

녹색세상 2008. 5. 11. 05:28
 

“1주일이나 고민해놓고 국민들이 다 아는 말 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9일 “한국인이 사람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결론을 낼 수가 없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의협은 이날 “한국인의 프리온 유전 중 메치오닌/메치오닌(MM)형이 서양인에 비해 빈번하다는 보고가 있지만 집단유전학연구가 수행돼 상대비교위험도 평가 등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한국인이 사람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이는 의협이 지난 4월 22일 “정부는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한 쇠고기 수입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통해 “미국이 광우병의 안전지대가 아니고 우리나라 역시 그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광우병 공포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라며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너무 성급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키로 결정한 것은 국민건강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비해 크게 후퇴한 것이다.

 

▲ 의협은 4월 22일 ‘정부는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한 쇠고기 수입을 철처 하게 차단해야’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너무 성급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키로 결정한 것은 국민건강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2일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겠다며 후퇴 움직임을 보였다. (네이버)


이미 의협의 입장 후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의협은 지난 2일 보도 자료를 내고 “광우병 관련 대한의사협희 입장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의학적 사실에 기초하여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양기화 연구위원이 “인간 광우병은 발병이 매우 희박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뒤였다. 이 같은 입장 후퇴에 대해 김주경 의협 대변인은 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의협의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히면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고 지난 번 발표는 주관적인 판단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여러 가지 의학 자료를 근거로 학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의협은 ‘소 광우병은 어떤 병입니까?’ ‘소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하면 사람광우병에 100% 걸립니까?’ ‘우리나라 사람이 사람광우병에 더 취약합니까?’ 등 총 10가지 질문에 대해 상세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름을 밝히길 원치 않은 한 의사는 “1주일이나 고민하고 내놓은 해답치곤 쓴웃음이 나온다”며 “지금 의협이 밝힌 내용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의협의 “한국인의 유전자가 사람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없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이 낫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식의 모호한 결론을 내려 국민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 보건의료 단체의 대표라는 의협이 소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하면 사람광우병(vCJD)에 100% 걸립니까?'는 질문을 하다니 실망”이라며 “지금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도 1%라도 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 정책실장은 9일 ‘오마이뉴스’의 통화에서 “지금처럼 민감한 상황에 찬반을 유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미 쇠고기 수입 찬성 측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의협은 지난 2008년 4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207건의 사람 광우병 사례가 발견됐다고 했는데 사실 214건이 맞다”며 “의협이 기초적인 사실도 모른 채 학술적 입장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의사협회의 이런 어정쩡한 태도는 건강보험 민영화를 비롯한 의료상업화에 대해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야 자신들의 밥그릇에 이상이 없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의료 상업화는 의료계의 ‘빈익빈 부익부’만 초래할 뿐 전체 의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망각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