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논리 개발 요구…대안 못 찾아” 고백
국토해양부의 의뢰를 받아 대운하를 연구 중인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 “대운하 건설에 반대한다”며 양심선언을 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첨단환경연구실에서 일하는 연구원김이태 박사는 이날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대운하에 참여하는 연구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매일매일 국토해양부의 티에프티(TFT)로부터 대운하에 대한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요구받고 있다”며 “수많은 전문가가 10년을 연구했다는 실체는 하나도 없었고,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 글을 올렸다며, “제대로 된 전문가 분들이라면 운하건설로 인한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대운하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소위 ‘보안 각서’라는 것을 써서 서약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정정당당하다면 몰래 과천의 수자원공사 사무실에서 비밀집단을 꾸밀 게 아니라, 당당히 국토해양부에 정식적인 조직을 두어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 글을 올리는 자체로 보안각서 위반이기 때문에 많은 불이익과 법적 조처, 국가연구개발 사업 자격이 박탈될 것”이라며 “불이익이 클 것이지만 내 자식 보기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서”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정욱 서울대 교수의 대운하를 반대하는 논리에 찬성하면서도 한마디 도움을 못 줘서 죄책감을 느꼈다”고 그동안의 심적 갈등을 토로했다. 그는 “연구실에서 치수와 생태 쪽을 연구하는데 대운하 반대에 대한 반박 논리를 개발하기 어려웠다”며 “대운하로 인한 부작용을 최대한 찾아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글을 통해 “잘못된 국가 정책에 대해 국책연구원 같은 전문가 집단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영혼 없는 과학자가 되라 몰아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저녁 6시15분께 게시판에 오른 그의 글은 3시간 만에 조회 수가 1만 건을 넘고 6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리는 등 누리꾼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누리꾼들은 “어려운 결정을 힘들게 선택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아이디 ‘레오’), “정부가 이분에게 어떤 피해를 입힐지 걱정된다”(아이디 ‘썽주니’) 등 김 씨의 양심고백에 대해 격려를 보내고 있다. (한겨레/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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