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를 하지 마라”는 심경 고백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권세와 명성은 실속이 없고 너무 짧다.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역사를 위해 뭔가 가치 있는 것을 이루고자 정치에 뛰어들었다 한들 시간이 지나다보면 결과가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스로 감당키 힘든 난관이 많다. 등등의 것이 그이가 내세운 정치를 멀리 하라는 이유다. 정치를 통해 얻은 권력의 무상함이야 거의 고전에 가까운 충고이기에 이견이 있을 리가 없다. 또 바닥에서 정점까지 정치의 전 과정을 체험한 분이기에 고백의 진정성을 의심할 까닭도 없다.
▲ 경기도 평택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저지 싸움을 평시임에도 불구하고 군 병력을 투입해 ‘여명의 황새울’이란 작전으로 진압한 대통령 노무현과 서명한 국무총리 한명숙. 계엄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병력을 민간인 진압에 투입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사진:오마이뉴스)
노 대통령이 처한 요즘의 상황을 보면 일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청와대를 나와 낙향 후 지금까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듯싶기도 하다. 재임 중 기록을 빼돌렸다는 시비로 심란한 시간을 보내더니 최근엔 장형과 측근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수모를 삼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은 빌미만 있으면 참여정부의 실정을 꼬집고 할퀸다. 솔직히 전직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권위를 누렸던 사람으로서 견디기 힘든 일임엔 틀림없다. 사태를 이렇게까지 몰아간 데는 이명박 정권의 책임도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냥 닦달을 해댄다.
그래도 정치 하지마라는 노 대통령의 우울한 고백은 듣기에 민망하다. 허탈감을 느낀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리멤버 2002’라는 노빠들의 조어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이를 지지했던 당대의 열기는 단순히 인간 노무현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와 함께 시대의 개혁을 꿈꿨던 이들의 열광이었다. 그렇듯 의기충천했기에 그 열광 속에 정치의 무상함이 존재했을 리 만무하다. 또한 노무현과 함께 하고자 했던 꿈이 노무현의 낙향으로 끝난 것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대정신이라면, ‘정치를 하지 마라’는 자조는 몹시도 무책임한 소리다. 칼로 무 자르듯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세간의 시각으로 보자면 더 가혹한 반발이 존재할 수도 있다.
정치를 통해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자신의 길을 걷지 마라는 충고의 이율 배반성을 따져 물을 수도 있다. 자신이 겪은 결혼생활이 힘들다 해서 노처녀에게 시집가지 말라고 조언하는 격이다. 노처녀의 입장에선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기는커녕 얄미운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궂든 좋든 너처럼 한번 해보기나 했으면 좋겠다는 반발이 준비돼있을 게 당연하다. 정치가 숨어있지 않는 역사는 없다. 또 마냥 깨끗한 정치는 없다. 정치 또한 사람의 일이기에 정치의 경과 속에는 가치와 욕망, 속임수와 증오, 감동과 비탄, 희망과 절망, 승리와 패배 등등 인간 삶의 모든 질곡이 녹아있다. 단지 공동선을 위해 가치지향적인 정치의 긍정적인 측면을 애써 찾아가는 차선의 지혜가 정치의 작동논리임을 노 대통령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폐일언하고 노 대통령은 정치를 자조할 신분이 아니니 어설픈 훈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그는 여전히 한국 정치의 큰 지분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 지분은 자신의 것이 아닌 지극히 공공의 것이기에 스스로 가치를 운운할 여지조차 없다. 너무 가혹한 주문인지도 모르지만 각박한 정치적 환경이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는 그 굴레가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 ‘정치를 하지마라’는 비감어린 언급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한국정치의 현실이 절망스러운 것만은 사실이다. 지금 현 정권이 해대는 뻘짓은 노무현 정권이 불을 지르고 이명박 정권이 시너를 갖다 부은 것임을 안다면 조용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한토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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